김환기-장욱진-김종영 대표작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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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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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거장, 정담 나누듯 나란히

‘연리지, 꽃이 피다’전에 선보인 김종영 씨의 철조각 ‘전설’(1958년). 사진 제공 김종영미술관
‘연리지, 꽃이 피다’전에 선보인 김종영 씨의 철조각 ‘전설’(1958년). 사진 제공 김종영미술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이 신관 개관을 기념해 마련한 ‘연리지, 꽃이 피다’전은 세밑의 어수선함을 잠시 잊게 만드는 전시다. 김환기(1913∼1974) 장욱진(1918∼1990) 김종영(1915∼1982) 등 생전에 우정을 나눈 거장의 대표작 35점과 드로잉 30여 점이 오랜만에 밀린 정담을 나누듯 한데 어우러진 자리다.

김종영미술관은 기존의 본관 옆에 약 800m² 규모의 건물을 최근 완공해 사미루(四美樓)라고 명명했다. 경남 창원시 김종영 생가의 사랑방에서 따온 이름으로, ‘사미’란 좋은 시절, 아름다운 경치, 경치를 관상하고 즐기는 마음, 유쾌한 일을 뜻한다.

개관기념전은 조각전문미술관에서 한발 나아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전시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 아래 구성된 전시다. 세 작가는 식민지 시대를 살면서 일본으로 건너가 서양의 조형 형식을 배워온 세대. 이들은 수난의 시대를 살면서도 모국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순수와 서정’을 노래하는 작품을 남겼다. 최열 학예실장은 “세 작가는 자연과 인간, 동서양의 미학을 접목해 눈부신 성취를 이뤄냈다”며 “사실에서 추상으로 전환해 가던 전후 50년대 한국미술사의 동력”이라고 평했다.

내년 2월 11일까지 열리는 ‘연리지…’전은 이들의 예술세계를 압축적으로 재조명하는 전시다. ‘엄숙한 미의 구도자’ 김종영의 경우 나무 돌 철 조각과 더불어 먹 드로잉 작품을 선보였다. ‘천의무봉한 풍류가’ 김환기의 작품으로는 달빛 아래 고향(전남 신안 기좌도) 풍경을 푸르게 표현한 ‘산과 달’, 뉴욕에 머물던 시절 신문지에 그린 작품을 볼 수 있다. 천진한 아이 그림 같은 매직펜 소묘과 삼각 색면으로 구성한 물고기 등, ‘숙명에 사로잡힌 야인’ 장욱진의 소품도 흥미롭다.

본관에는 김종영의 상설전시공간과 유리창을 통해 웅장한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조각하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보이는 작품을 추구했던 김종영 예술관을 기려 ‘불각재(不刻齋)’로 이름 붙인 공간. 그 속에 작품의 기품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낸 상설전도 알차다. 02-3217-6484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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