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잔재미로 채우기엔 너무 큰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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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8일 03시 00분


뮤지컬 ‘라디오스타’
연출★★★☆ 연기★★★☆ 노래★★★ 춤★★★

뮤지컬 ‘라디오스타’는 원작인 동명 영화만큼 웃음을 주지만 감동적인 요소는 덜하다. 사진 제공 쇼플레이
뮤지컬 ‘라디오스타’는 원작인 동명 영화만큼 웃음을 주지만 감동적인 요소는 덜하다. 사진 제공 쇼플레이
지난달 16일 개막한 뮤지컬 ‘라디오스타’(연출 김재성)는 2006년 개봉해 187만 관객을 모은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2008년 1월 처음 무대화한 뒤 지난해 7월까지 10만 관객을 모았다.

스크린을 그대로 무대로 옮긴 듯 스토리, 캐릭터, 대사까지 영화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상 이름마저 ‘클래식’한 88년도 가수왕 최곤(김원준)은 세월의 흐름에 밀려 변두리 카페 가수를 전전하다 강원 영월군의 지역 방송국에서 라디오 DJ를 시작한다. 특정인에 대한 비방이나 험한 소리도 마다않는 나름 ‘진솔한’ 진행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매니저인 박민수(임창정)와의 우정도 재확인한다는 내용.

150분의 공연 시간(인터미션 15분 포함) 동안 잔재미를 주는 상황과 대사가 피식피식 웃음을 유도한다. 창작극답게 한국적 정서를 파고드는 웃음이다. 박민수는 영월로 좌천된 최곤이 상심하자 “와∼ 길거리에 농협도 있어”라며 호들갑을 떨고, 라디오 광고는 “짜증은 마누라에게, 짜장면은 영월반점에서”다.

하지만 웃음으로 채울 수 없는 한계도 드러났다. 10만 원 내외의 티켓 값을 내고 뮤지컬을 보러온 관객들이 바라는 것은 대사나 상황의 재미뿐만 아니라 가슴 찌릿한 폭발적인 노래와 화려한 군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노래와 춤을 논한다면 이 작품은 다른 대형작에 비해 열세다.

김원준은 로커다운 거친 발성과 거리가 멀었고 성량도 부족했다. 임창정도 대극장을 휘감을 만한 폭발력은 보이지 못했다. 두 주연이 채우지 못한 무대 위 카리스마는 뮤지컬 배우들로 구성된 ‘이스트 리버’(영화에선 그룹 노브레인이 맡았다)가 보여주지만 ‘넌 내게 반했어’ 한 곡에 그친다. 춤은 최곤의 백댄서나 서울의 기획사 연습생들이 펼치지만 상황 그대로 안무 수준이다.

그 대신 극은 관객과의 친밀성에 초점을 맞춘다. 인터미션 시간에 조연 배우들이 객석에 찾아와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공연 뒤엔 관객을 모두 일어서게 한 뒤 주제곡 ‘비와 당신’을 함께 부른다. 즐겁고 유쾌했지만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이르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i: 6만∼9만 원. 2011년 1월 2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리금융아트홀.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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