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함께 즐겨 감상하는 패션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9일 14시 38분


흔히 패션쇼라고 하면 패션과 스타일에 관심이 높은 여성들의 전유물로 통한다. 남자 모델이 등장하는 남성복 브랜드의 패션쇼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남성은 거의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남녀가 함께 동시에 즐기며 감상할 수 있는 패션쇼가 있다. 미국 여성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패션쇼가 그렇다. 이 브랜드는 매년 연말에 다양한 컨셉트를 내세운 패션쇼를 선보이고 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컨셉트는 여성의 아름다움 몸매와 속옷, 판타지의 조합이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판타지는 천사처럼 등에 날개를 단 속옷 차림의 모델이 런웨이를 섹시하게 걸으며 등장할 때 가장 극대화된다.



날개 같은 소품 하나도 전혀 유치하지 않다. 깃털이 한 올 한 올 살아 있다. 올해엔 스포츠 컨셉트가 차별화된 포인트였는데 각종 스포츠 기구와 파격적인 스타일의 브래지어, 팬티의 조화가 돋보였다. 이 같은 세심한 구성으로 관객과 시청자를 판타지 속에 빠져들게끔 만든다.

워낙 유명한 패션쇼인 만큼 세계적인 톱모델과 톱가수들이 대거 무대에 오르는 것도 큰 볼거리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올해 패션쇼에서도 케이티 페리와 에이콘이 노래를 부르며 퍼포먼스를 벌여 분위기를 달궜다.

그동안 이 쇼를 거쳐 간 모델 중에는 세계적인 톱모델이 적지 않다. 타이라 뱅크스, 하이디 클룸, 미란다 커, 지젤 번천, 나오미 캠벨, 캐롤리나 쿠르코바 등 모두 패션계에서 내로라하는 모델들이다.

이처럼 속옷 패션쇼이지만 하이패션계에서도 통하는 모델들이 대거 등장한다. 올해 패션쇼에도 아드리아나 리마와 알레산드라 엠브로시오, 캐롤리나 쿠르코바 등 톱모델들이 저마다의 섹시함으로 런웨이를 흠뻑 물들였다.

물론 이 패션쇼를 감상하는 남녀의 시각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여성 팬들은 주로 화려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브래지어, 팬티 등 속옷에 시선이 간다. 화려하게 꾸며진 런웨이와 진행 방식에도 관심을 가진다.

반면 남자들이 보는 것은 주로 모델들의 몸매다. 섹시 판타지를 주제로 한 패션쇼인 만큼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의 몸매는 일반 패션쇼 모델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소위 '옷발이 산다'는 깡마르고 길쭉길쭉한 몸매가 아니라 터질 듯한 탄력과 농염함이 느껴지는 '쭉쭉빵빵' 그 자체다.

이 때문에 남자들은 모델의 프로필이나 브랜드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해도 빅토리아 패션쇼의 매력에 금세 빠져들 수 있다. 속옷 차림의 모델들이 런웨이에서 워킹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섹시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다양한 표정과 포즈 역시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남녀가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인지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는 마니아들이 많다. 전 세계 각국 방송사에서 전파를 탄다. 국내에서도 올해 패션쇼가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24일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을 통해 방영됐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에서 빅토리아 시크릿 무료 앱을 내려받으면 올해 패션쇼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12분 분량으로 편집한 고화질 동영상도 볼 수 있다. 패션쇼 무대 뒤와 준비 과정, 홍보 동영상 등 다양한 관련 자료도 감상할 수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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