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차이가 없는 상대와 바둑을 둘 때 한꺼번에 우세를 점하기는 쉽지 않다. 번갈아 하는 턴(turn)제 방식의 게임이 그렇듯 횡재는 매우 드물고 조금씩 앞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둑은 누가 잘 두느냐보다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의 게임이기도 하다.
백 28로 중앙으로 뛰어나간 건 정수. 우상 백 두 점을 아까워해선 안 된다. 흑도 지금 두 점을 후수로 잡는 건 작다. 흑 29로 씌워 재차 공격하는 것이 정상적 흐름이다. 백 30으로 붙여 탈출로를 넓히고, 32로 응수타진해 귀에 뒷맛을 남긴 뒤 36으로 뛰어나가는 것 역시 만점짜리 진행이다.
여기서 흑은 보폭을 넓힌다. 흑 37로 두 칸 뛰어 백을 압박하려고 한다. 하지만 흑 37에 대해 검토실은 “엷다”고 평한다. 공격의 시작은 움츠림이다. 움츠려서 힘을 축적하는 과정 없이는 치명타를 입히기 힘들다. 단단하게 발을 붙이고 낮게 자세를 잡아야 한다. 흑은 참고 1도 흑 1처럼 보폭을 좁히고 백 2 때 재차 흑 3으로 씌워야 했다.
흑의 취약점을 깨달은 백은 즉시 역공에 나선다. 백 38, 40으로 상변에 게릴라 침투를 통해 응원군을 만들어놓고 백 42부터 흑 37의 약점을 건드린다.
백 46 때 보통이라면 참고 2도 흑 1로 물러서서 받아야 하지만 백 4까지 상변 흑 진이 뻥 뚫린다. 흑 47이 강력해 보이지만 속으론 불안감에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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