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도봉구 열린극장 창동에서 서울발레씨어터의 ‘호두까기 인형’이 막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17일 국립발레단이 가장 먼저 ‘호두까기 인형’의 막을 올린 지 2주 만이다. 평일에도 2회 공연을 한 유니버설발레단의 경우 서울에서만 모두 19차례나 공연했다. 같은 음악, 같은 원작이지만 세 발레단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세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성탄과 연말을 맞은 어린이들에게 각각 어떤 선물이었을까.
○ 국립발레단: 한정판 바비 인형
3개 발레단 중 가장 패셔너블한 주인공 ‘마리’를 선보였다. 파티 장면의 드레스, 잠옷, 잠옷 위의 겉옷, 2막의 화려한 튀튀까지 의상이 네 벌이다. 유일하게 직접 촛불을 던져 생쥐왕을 물리친 주인공이기도 하다. 2막에서는 과자 대신 인형들의 춤이 등장했다. 딱딱한 인형의 움직임과 중국, 인도, 스페인 등 각 나라 전통춤의 특징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우아하고 화려한 고난도 안무가 성인 관객의 눈까지 사로잡았다. 커다란 창문과 촛불 등을 형상화한 추상적 무대배경은 바비 인형의 세련된 의상을 떠올리게 했다. 3개 발레단 중 유일하게 오케스트라 직접 연주가 등장해 커튼콜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캐럴도 들을 수 있었다.
○ 유니버설발레단: 번쩍번쩍 최신 로봇
생쥐왕과 호두까기 인형의 전쟁 장면은 기마병정, 대포와 총까지 갖춰 최신 로봇 못지않은 전투력을 자랑했다. 생쥐들은 우스꽝스러운 생쥐탈, 뚱뚱한 배까지 장착해 가장 생쥐다웠다. 음악에 맞춰 터지는 대포와 총소리가 졸던 관객도 깨울 정도였다. ‘호두까기…’의 약점이라면 2막에 특별한 줄거리가 없어 자칫 지루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에선 과자의 나라 장면에서 양치기 소녀와 늑대, 귀여운 양떼들의 에피소드가 양념처럼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다. 국립발레단 버전에서는 프랑스 인형 역할의 무용수가 새끼양 인형을 끌고 나왔는데,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았던 이 새끼양 인형의 존재 이유를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을 보면 알 수 있다.
○ 서울발레씨어터: 용수철인형 상자
뭐가 튀어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 장면마다 제임스 전 서울발레씨어터 상임안무가의 ‘한국형’ 아이디어가 반짝였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어색해하는 부모에게 함께 춤을 춰 달라고 조르는 아이들, 티격태격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생쥐왕과의 전투에서 클라라를 적극적으로 보호한 대부 드롯셀마이어의 모습에 한국적 정서가 묻어났다. 전투 장면에서는 막춤 추던 생쥐들이 객석까지 내려오고, 병사들은 객석 뒤에서부터 등장해 관객들을 놀랬다. 2막 꿈 속 여행 장면에서는 조선 왕비 복장의 마더 진저와 장구춤, 상모돌리기 등 한국 춤이 등장했다. 한 마디에 반 박자씩은 빠른 음악과, 그에 맞춰 쉴 새 없이 펼쳐지는 턴과 점프는 작품 전반의 특징. 그 덕분에 공연 시간은 다른 발레단에 비해 10분 이상 짧지만 지루할 틈 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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