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과 인종, 문화적 배경을 포용하는 유토피아를 그린 러시아 작가 그룹 AEF+F의 작품. 사진 제공 루프
19세기 말 독일과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예술이 사회를 더 낫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사회 정치적 문제에 대한 예술의 발언권은 20세기 매스미디어 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급속도로 약화된다. 20세기 말이 되면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밀려온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개개인이 자기 의견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소통의 민주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월 6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리는 ‘여론의 공론장’전은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예술의 공공적 기능을 숙고하고 사회적 역할을 새롭게 모색하는 자리다. 익명의 페미니스트 그룹인 ‘게릴라 걸스’를 비롯해 미국의 크리티컬 아트 앙상블, 독일의 하룬 파로키, 러시아의 작가그룹 AES+F, 인도의 락스 미디어 컬렉티브, 한국의 양아치 노순택 노재운 씨 등 17개 작가 그룹이 참여한 아카이브형 전시다.
전시는 단순한 흑백논리, 이분법적 구도에 얽매인 작품이 아니라 새로운 틀을 탐색하는 작가를 조명한다. NASA엔지니어 출신의 그래피티 리서치 랩의 경우 끈끈이가 달린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해 전 세계 어디서든 개개인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해고된 사람들의 영상을 모아 그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나탈리 북친, 중동의 문제를 신선한 영상으로 접근한 라리사 산소어, 노숙인 문제를 다룬 히카루 후지이 등. 이 작품들은 21세기를 맞아 현대미술이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공공성을 담아낼 수 있는지를 엿보게 한다.
서진석 루프 대표는 “자본과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2년에 한 번씩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예술로 발언하는 전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02-3141-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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