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하이젤먼 “로고-이름 바꾼다고 브랜드 컨설팅?··· 새 사업영역 창조하는 일이죠”

  • 동아닷컴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 ‘울프 올린스’ 하이젤먼 대표 인터뷰


지난해 말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울프 올린스’의 칼 하이젤먼 대표(46·사진)는 트럼프의 패를 늘어놓듯 여섯 장의 명함을 내밀었다. 토마토소스 스파게티, 초록색 털실, 헤어 젤…. 각각의 명함 사진은 다양한 소재로 ‘울프 올린스’(Wolff Olins)란 글씨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이 각자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명함들이에요. 영국 런던 사무소의 직원들은 옥상에서 키운 채소로 구내식당에서 요리도 해 먹는답니다. 구내식당에 일류 주방장도 있지만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흥미로운 경험이에요. 브랜드 컨설팅은 조직원을 춤추게 해 내부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데서 출발하니까요.”

1965년 설립된 울프 올린스는 런던, 뉴욕, 두바이에 사무소를 둔 유명 브랜드 컨설팅회사다. 세계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회사인 옴니콤 그룹의 계열사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 벤츠, GE, 펩시콜라, 스타벅스, 소시에테 제네랄, AOL, 도쿄 메트로, 테이트 미술관 등 쟁쟁하고 다양한 ‘고객’ 500여 곳의 브랜드 컨설팅 작업을 맡아왔다. 프랑스 통신회사 ‘오렌지 텔레콤’과 브라질 통신회사 ‘오이’(Oi)의 회사명을 지은 곳도 울프 올린스다.

“빨간색 로고를 쓰는 영국 ‘보다폰’에 맞설 긍정적 에너지를 오렌지색 로고에 담고 사명까지 오렌지로 지었습니다. 기억하기 쉬운 데다 밝잖아요. ‘오이’는 포르투갈어로 ‘안녕’이란 뜻이에요. 브라질 관료주의의 구습을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담았죠.”
칼 하이젤먼 대표가 이끄는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회사 ‘울프 올린스’의 명함사진은 초록색 털실, 백사장 메모, 토마토 스파게티로 이 회사의 이름을 만들고 있었다. 하이젤먼 대표는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직원들이 창의적 경험을 공유하는 게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칼 하이젤먼 대표가 이끄는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회사 ‘울프 올린스’의 명함사진은 초록색 털실, 백사장 메모, 토마토 스파게티로 이 회사의 이름을 만들고 있었다. 하이젤먼 대표는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직원들이 창의적 경험을 공유하는 게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 회사가 가장 큰 강점으로 꼽는 건 조직 구성의 다양성이다. ‘150, 30, 15, 3, 1’이란 숫자들이 이를 설명한다. 150명의 직원, 30개 직원 국적, 15가지 구사 언어, 3개의 허브(런던, 뉴욕, 두바이), 1개의 비즈니스(브랜드 컨설팅)다.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댈수록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요. 아무리 통신기술이 발달해도 전화 통화로 오케스트라 음악을 작곡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이젤먼 대표는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을 나와 스와치 그룹을 거쳐 2007년 울프 올린스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그는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12월 주최한 ‘디자인 코리아 2010’ 국제회의 기조연설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여러 국내 재계 인사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진 뒤 뉴욕으로 돌아갔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재계 오너 2, 3세대들을 중심으로 한국도 이제 브랜드 컨설팅 작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 같습니다.”

새로운 10년을 여는 2011년 벽두. 어떻게 브랜드를 관리하고 키워야 할까. 그는 말했다.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는 투명한 세상이 왔습니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이미지만 번지르르한 광고를 더는 안 믿고, 기업은 은밀한 곳으로 숨을 수 없게 됐습니다. 당신의 회사 또는 당신의 브랜드를 변화시키고 싶나요? 그렇다면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내 키워내세요.”

울프 올린스가 브랜드 작업을 한 2012 런던 올림픽은 파격적 디자인과 시민 참여를 이끌어낸 이벤트로 인지도를 높였다. 사진제공 울프 올린스
울프 올린스가 브랜드 작업을 한 2012 런던 올림픽은 파격적 디자인과 시민 참여를 이끌어낸 이벤트로 인지도를 높였다. 사진제공 울프 올린스
그는 “브랜드 컨설팅은 단순히 로고나 브랜드 이름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창조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울프 올린스가 해 온 작업이 이를 증명한다.

2009년 메르세데스 벤츠의 브랜딩 컨설팅을 맡은 울프 올린스는 벤츠가 그동안 ‘아저씨 브랜드, 아빠들의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 미래의 시장인 중국을 대상으로 시장을 넓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제안했죠.” 벤츠는 어린이 좌석 등 아동 자동차 제품군인 ‘킨더 클래스’를 만들고, 어린이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신설했다. 중국 부유층 고객을 핵심 타깃으로 삼은 ‘걸 윙’ 클럽도 만들었다.

미국 인터넷회사인 AOL도 2009년 미국 최대 미디어회사인 타임워너로부터 독립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재상장하면서 울프 올린스에 의뢰해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선보였다.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작업한 감각적 애플리케이션들을 온·오프라인에 싣는 AOL은 요즘 탄탄한 실적을 내면서 야후 인수까지 넘보고 있다.

이 회사가 진행한 2012년 런던 올림픽 브랜드 작업도 흥미롭다. 공식 로고는 ‘만인의 올림픽’을 비전으로 삼아 2012라는 숫자를 기둥처럼 활용한 획기적 디자인이다.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높이뛰기를 진행해 이 올림픽의 인지도를 높였다. 하이젤먼 대표는 “접속, 참여의 시대에 굿 브랜드는 ‘좋은 이미지’에서 ‘더 좋은 현실과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족을 단다면 그는 2시간의 인터뷰와 2시간의 저녁식사 동안 ‘더 좋은 현실과 경험’이란 말을 십여 번 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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