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체감온도 영하 40도… 마술처럼 빚어낸 폭신한 슬로프의 매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클럽메드 中 야불리

지난해 11월 중국대륙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클럽메드 야불리 리조트가 들어선 선마운틴 야불리의 우화산 슬로프. 해발 1000m의 정상에서 고도차 470m의 베이스까지 곤돌라와 체어리프트가 한 기씩 운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중국대륙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클럽메드 야불리 리조트가 들어선 선마운틴 야불리의 우화산 슬로프. 해발 1000m의 정상에서 고도차 470m의 베이스까지 곤돌라와 체어리프트가 한 기씩 운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하순. 중국 대륙에 첫 클럽메드 리조트가 문을 열었다. 장소는 동북부 헤이룽장 성의 하얼빈 부근 야불리. 테마는 스키다.

지난해는 클럽메드가 60년을 맞은 해. 2차대전 종전 직후 오랜 전쟁에 지친 사람들이 황폐해진 내륙을 벗어나 스페인의 지중해변에 차린 소박한 텐트촌이 그 시작이었다. 그간 클럽메드의 진화는 놀랍다. 텐트에서 원주민 방갈로로, 나아가 샤모니 등 알프스산악의 모던한 스키 빌리지로, 다시 발리의 프리미엄 리조트로까지 발전했다. 그 수도 36개국에 80여 개다.

60주년을 맞은 지난해. 클럽메드는 그걸 기념하듯 중국대륙에 첫발을 내디뎠다. 북한, 러시아 국경서 멀지 않은 야불리의 국립공원지역 산악이다. 해발 530m 고원에 4트라이던트급(‘트라이던트’는 클럽메드 자체 시설 등급으로 4T는 5성급 리조트에 해당)의 올 인클루시브(inclusive·숙식은 물론 음료수와 술, 거기에 강습과 놀이까지 모든 게 포함됨) 프리미엄 리조트’로. 이곳은 2006년 동계아시아경기대회, 2009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지로 중국 내 10여개 스키리조트 중 가장 크고 시설도 좋다.

과연 중국의 스키장은 어떨까. 클럽메드의 올 인클루시브 프리미엄 리조트는 또 어떤지. 그게 궁금해 지난해 12월 클럽메드 야불리 리조트를 직접 다녀왔다.

○ 북한 러시아 국경이 가까운 동북지방의 오지 야불리

못내 궁금했다. 도대체 야불리가 어디쯤인지가. 지도를 펼쳐 손가락을 짚어 찾은 이곳. 좌표상으로는 북위 44도44분, 동경 128도27분이다. 하지만 이렇게 설명하는 게 더 잘 들어올 듯하다. 부산에서 정북, 일본 홋카이도의 최북단 와카나이에서 정서로 그은 두 선이 만나는 곳. 주변을 둘러보자. 야불리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면 백두산 311km, 창춘과 셴양(지린 성)이 각각 267km와 524km,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가 334km, 인천이 827km에 위치한다.

야불리는 오지다. 그런데도 스키리조트를 짓고 국제대회를 유치한 배경은 동북3성(지린, 헤이룽장, 랴오닝) 개발계획 때문이다. 중국의 스키장은 베이징 부근에 10개 정도 있다. 그런데 이곳은 산악이 발달하지 않아 매머드 리조트로 개발이 어렵다. 그런 면에서는 야불리가 적지다. 우화산을 중심으로 400m 고원에 해발 1000m 내외 산지가 발달했다. 흠이라면 추위인데 12월 12일부터 5일간 체류하는 내내 낮 최고 영하 23도의 혹한이었다. 하지만 강점도 된다. 한 번 내리거나 뿌린 눈이 절대 녹지 않아서다. 그 덕분에 스키시즌은 170일(11월 중순부터 4월말)이나 된다.

○ 낮 최고 영하 23도의 ‘동토의 스키리조트’


야불리의 혹한을 보여주는 스키하우스의 기상예보판. 낮최고 영하 18도, 최저 영하 30도라고 적혀있다.
야불리의 혹한을 보여주는 스키하우스의 기상예보판. 낮최고 영하 18도, 최저 영하 30도라고 적혀있다.
이런 야불리를 어떻게 찾아갈까. 오지라고는 해도 국적기가 다녀 오가기 쉽다. 처음엔 하얼빈행 아시아나항공(주2편)을 예약했다가 무단장행 대한항공기로 바꿨다. 야불리는 하얼빈공항에서 240km, 무단장공항에서 130km로 무단장이 더 가깝다. 각각 국적기가 운항 중이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외국인도 인천공항을 경유해 국적기편으로 야불리를 오간다. 현지서 만난 한 홍콩인도 상하이, 베이징 대신 인천 경유 대한항공기를 이용했다.

인천서 무단장까지 비행시간은 2시간 20분. 착륙 10분 전. 온통 하얀 설원이 창밖으로 펼쳐졌다. 무단장공항은 시골버스터미널처럼 소박했다. 수하물 운반차량의 짐칸도 여느 공항에서 볼 수 없는 구식이었다. 로딩 브리지도 없어 승객은 트랩(계단)을 이용한다. 하지만 공항 직원은 친절했다. 한국어도 유창해 불편이 없었다.

착륙 직전 안내방송으로 확인한 현지 기온은 영하 23도. 캐빈(기내 공간)을 나와 트랩으로 내려서는 순간, 머리카락이 삐쭉 설 정도였다. ‘야불리’는 중국 것이 아니다. 러시아어다. 헤이룽장 성은 만주족 땅으로 알려졌지만 헤이룽(黑龍) 강이 중국과 러시아 국경선이 되기 전만 해도 연해주와 만주 일대 주민이 혼재했다. 그리고 태평양전쟁 후에는 잠깐 러시아 영토에 편입됐었다. 야불리는 러시아어로 ‘사과밭’을 뜻한다. 스키장이 들어선 우화산은 청나라 때 영주의 사냥터였다.

○ 보르도와인과 하얼빈맥주로 즐기는 동베이 식 중국요리

세 개의 식당 가운데 인터내셔널 뷔페 식당인 애플가든 실내. 중식당 무단과 이탈리아식당 비안코가 있다.
세 개의 식당 가운데 인터내셔널 뷔페 식당인 애플가든 실내. 중식당 무단과 이탈리아식당 비안코가 있다.
‘선 마운틴 야불리(亞布力 暘光度假村)’. 클럽메드 야불리가 들어선 스키리조트의 공식명칭이다. 이곳의 스키슬로프와 리프트, 호텔은 모두 중국이 동계아시아경기대회와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위해 조성한 스키리조트단지(滑雪旅游度假區)의 일부다. 호텔에 들어서니 중국 북방의 호방함부터 눈에 들었다. 로비도, 계단도, 천장도, 객실도, 화장실도 모두 넓고 높다.

클럽메드의 상징인 ‘올 인클루시브’는 모든 게 다 포함됐다는 의미다. 항공권과 숙식은 물론 틈틈이 즐기는 간식과 저녁시간의 엔터테인먼트(파티, 쇼)는 물론 그에 수반되는 술과 음료까지 몽땅. 그래서 요금을 지불하고 나면 특별히 돈 쓸 일이 없다. 스키강습은 물론 어린이를 돌봐주고 스키까지 가르쳐주는 주니어클럽(청소년)과 미니클럽(만4∼10세), 프티클럽(만 2, 3세)까지 무료다. 실내수영장과 야외 자쿠지도 무료. 스파의 트리트먼트만 유료다.

야불리 리조트에는 레스토랑이 세 개다. 인터내셔널 뷔페와 중식당,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뷔페에서는 보르도와인(레드, 화이트)과 하얼빈맥주가 무제한 제공된다. 그리고 이곳이 중국인 만큼 중국요리, 그중에서도 동북지방의 둥베이(東北)요리가 늘 나온다. 신선한 야채도 풍부하다. 일식코너도 있는데 스시, 마키, 데판야키 등 일본 요리가 매끼 제공된다. 아쉽다면 한국음식인데 김칫국과 김치만 있고 그나마도 아니었다. 중식당은 점심 저녁을 제공한다. 점심과 저녁 사이에도 단품을 낸다. 디너에는 둥베이식 코스요리가 나온다.

○ 냉동고 혹한 속의 환상적인 카빙 턴 슬로프

해발 1000m 우화산 정상에서 바라다본 야불리 주변. 구릉형의 산지로 뒤덮인 해발 400m의 고원은 용평 리조트가 들어선 횡계리 부근의 평창고원을 연상시킨다. 스키 베이스 왼쪽의 파란 지붕이 야불리 리조트다.
해발 1000m 우화산 정상에서 바라다본 야불리 주변. 구릉형의 산지로 뒤덮인 해발 400m의 고원은 용평 리조트가 들어선 횡계리 부근의 평창고원을 연상시킨다. 스키 베이스 왼쪽의 파란 지붕이 야불리 리조트다.
해발 996.8m 우화산 정상. 해발 530m 베이스에서 6인승 곤돌라로 오른 데는 불과 7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위에 서니 야불리 주변의 산과 들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그 풍경에 깜짝 놀랐다. 용평리조트가 들어선 횡계리 주변(강원도 평창군)과 너무도 닮아서다. 느릿한 산세의 구릉 형산지가 너른 고원을 아우른 넉넉한 모습. 리조트 외에는 특별한 시설이 없어 멀리로 철도역과 야불리 타운만 보이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인데 여기서 나는 1975년 용평리조트가 개관할 당시 횡계리 모습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런데 스키장을 두루 섭렵하면서는 이곳이 용평리조트 자체를 벤치마킹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게 됐다. 슬로프 배치 자체가 용평리조트를 닮아서다. 레인보 지역과 메인 슬로프의 좌우가 바뀐 것과 슬로프 경사가 좀 더 심한 것만 다를 뿐이다. 정상의 호텔도 발왕산 정상의 스키하우스를 생각나게 했다. 하지만 야불리가 ‘스키인 스키아웃’(현관에서 스키를 신고 벗는 설원입지형 리조트)인 점만은 용평리조트가 흉내 낼 수 없는 장점이다.

야불리의 설질은 기막혔다. 강수량이 적어 인공설에 의지하기는 해도. 이유는 이렇다. 늘 영하 20∼영하 30도가 유지되다 보니 눈 결정 사이에 스며든 물기가 모두 날아가 눈이 습기 없는 건설(乾雪)로 변해서다. 게다가 한 번 내린 눈은 녹지 않는다. 이런 건설은 압설 차로 다져도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다. 그래서 스키를 타면 에지가 설면에 확실하게 박혀 슈프르(스키 흔적)가 철도레일처럼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니 카빙 러버라면 쇼트턴이든 롱턴이든 크루징이든 다이내믹한 카빙턴을 구사하고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영하 23도에서 스키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위아래 내의는 물론 상의로 워머(보온의류)까지 겹쳐 입어야 했다. 그래도 한기를 면하는 정도다. 문제는 얼굴. 다 가릴 수 없는 만큼 고통스럽다. 다운힐 내내 맞는 바람의 냉기는 견디기 힘들 정도. 체감기온은 영하 40도까지도 본다. 다행히 곤돌라의 시트에 난방장치가 됐다고 하니 다행이다. 섭씨 30도 이상의 상하의 나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온 스키어들이 별 탈 없이 즐기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 지상 최고의 애프터 스키 메카 클럽메드

클럽메드 야불리의 ’스타 바’에서 펼쳐진 ‘레드앤드블랙’ 클럽파티. 바의 스탠드 테이블 위로 올라선 손님을 한국인 GO(Gentle Oraganizer. 클럽메드 스태프를 지칭하는 말) 3명이 무대위에서 춤으로 리드하고 있다.
클럽메드 야불리의 ’스타 바’에서 펼쳐진 ‘레드앤드블랙’ 클럽파티. 바의 스탠드 테이블 위로 올라선 손님을 한국인 GO(Gentle Oraganizer. 클럽메드 스태프를 지칭하는 말) 3명이 무대위에서 춤으로 리드하고 있다.
클럽메드 매력은 ‘애프터 스키(After Ski)’에 있다. 왜냐면 스키야 어느 리조트에서도 즐기지만 스키부츠를 벗은 이후의 모든 활동(휴식과 파티, 엔터테인먼트)을 뜻하는 애프터스키만큼은 클럽메드 것이 세계 수준급이어서다. ‘아프레 스키(Apre Ski·애프터스키를 뜻하는 프랑스어)’의 원산지가 프랑스임을 안다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12월 15일 클럽메드 야불리 리조트 개장식을 겸해 ‘스타 바’에서 열린 댄스파티는 애프터스키 종주국 프랑스의 자존심을 한껏 펼쳐 보인 클럽메드만의 기막힌 이벤트였다. 별 모양의 바 한가운데에 설치한 높은 무대에서는 각국 GO(General Organizer·게스트 도우미)가 올라와 라인댄스를 추며 흥을 돋웠다. 그러면 손님들은 바 앞 플로어 공간에서 선 채로 몸을 흔들며 신나게 춤을 추었다. 이런 파티가 네 시간이나 진행됐다. 바에서는 원하는 술을 원하는 만큼 내준다. 흥에 겨운 손님 중에는 바의 탁자에까지 올라가 춤을 췄다. 클럽메드는 이런 열정의 엔터테인먼트 하나만으로도 고객이 자신을 선택한 판단에 확신을 심어준다. 그게 클럽메드다.


○여행정보

◇클럽메드 야불리 리조트 ▽스키 △시즌:11월 초∼4월 말 △트레일:17개(중고급 43%, 중급 36%, 초급 21%) △리프트:곤돌라(6인승), 체어리프트(4인승) 각 1기 △렌털:옷,장비 모두 가능 △레슨:스키 스노보드 등급별 무료강습. 중국어만 가능 △한국인 GO:모두 세 명 근무해 의사소통에 어려움 없음. △통신:호텔 로비와 산정호텔 휴게실에 와이파이존. 인터넷은 객실과 로비에서 연결. △여행상품:클럽메드 코리아(02-3452-0123)와 하나투어, 모두투어에서 판매 중. 4월 7일까지 4박 이상 예약시 2박, 3박 이상은 1박을 무료 제공한다(설 연휴는 제외).

◇홈페이지 ▽클럽메드(www.clubmed.co.kr) ▽야불리 스키리조트(www.yabuli.com)

◇헤이룽장 성 ▽위치=남으로 지린 성, 서쪽으로 네이멍구, 북쪽과 동쪽으로 러시아에 접하고 중국대륙의 북쪽 끝(무헤)과 동쪽 끝(헤이룽 강과 우수리 강의 합수점)이 있는 곳 ▽역사=옛 부여 땅으로 동부지역은 7∼10세기에 발해국 영토. 1932년 일제가 세운 만주국 영토로 태평양전쟁 종전 후 소련이 진주했고 이후 중국에 넘김. 1954년 헤이룽장, 쑹장 두 성을 통합해 현재 땅이 되었고 쑹장 성의 성도 하얼빈을 성도로 삼음 ▽지형=대부분 산악지대지만 내륙은 평지 저지대. 헤이룽 강(러시아에서는 아무르 강이라고 부름)으로 흘러드는 무단 강이 중심하천. 기온은 1월 영하 15∼영하 31도, 여름 18∼23도. 강수량(400∼700mm)은 여름에 집중.

야불리(중국 헤이룽장 성)=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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