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中자녀교육서 ‘좋은 엄마가…’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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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은 적게 자유는 많이 엄마는 친구이자 선생님”

중국 출판계는 2010년을 ‘높은 봉우리는 높지 않고 골짜기는 깊지 않았네(高峰不高低谷不低)’라는 말로 정리한다. 세계 1위인 중국의 신문·출판 산업 규모는 2009년의 1조669억3000만 위안(약 181조 원)에서 지난해 약 2%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중국 경제 규모가 10% 정도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그저 그런’ 성적이다.

2010년 중국 출판계를 되돌아볼 때 눈에 띄는 책 중의 하나가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好媽媽勝過好老師)’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180만 권이 팔렸고 당시 전국 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으며 연말까지는 약 200만 권이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자녀 교육서 분야에 중국인이 쓴 책으로는 단연 최고 기록이다. 이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자 인젠리(尹建莉)씨는 베이징사범대 교육학 석사 출신의 여성으로서 가정교육 문제 연구 및 상담 전문가로 일해 왔다. 그가 딸을 키우면서 쓴 16년간의 교육일기가 이 책의 바탕이 됐다. 이론에 실전을 접목해 탄생시킨 책이다. 저자의 딸 위안위안(園園)은 2007년 16세 때 중국 명문 칭화(淸華)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중국에서는 한 가정에 보통 한 자녀밖에 없다. 인구증가를 억제하려는 국가의 가족계획 정책인 ‘계획생육(計劃生育)’ 탓이다. 집집마다 외아들 외딸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한국인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소황제’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이는 지나친 간섭이라는 문제를 낳고 있다.

저자는 이런 현실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자녀에게 독립과 자유를 주라고 역설한다. 간섭은 적을수록 좋고, 최선의 가정교육은 단순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 엄마는 자녀의 좋은 친구이자 선생님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년 8월 월스트리트저널 중문판은 서평에서 이 책의 주장은 중국의 전통적인 교육관과 배치되는데도 이토록 많은 독자층을 확보한 것이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저자의 이런 교육철학은 중국 사회 구조의 변화를 반영한다. 치링허우(70後·1970년 이후 출생자), 바링허우(80後·1980년 이후 출생자) 세대들이 부모가 된 것이다. 치링허우, 바링허우는 개혁개방 아래 풍요를 만끽하면서 자란 과거의 소황제였다. 이들은 이제 자신의 소황제에게 다른 교육을 희망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개혁개방 전 교육은 부모의 권위를 지나치게 강조했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현실에서 써먹기가 좋다. 실제로 엄마가 어떻게 아이를 돌봐야 하는지, 책은 어떻게 읽게 할 것인지, 학교 공부는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 좋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품성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책이 출간되기 전 저자는 완전한 무명이었다. 이 책도 많은 출판사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한 뒤 나왔다. 당시 ‘노다지’를 몰라본 출판사들은 땅을 칠 일이지만 책의 내용이 전통적인 교육관과 크게 다른 것이 거절의 한 이유였을 듯싶다. 물론 현재 저자는 추천사 한 편을 쓰는 데도 상당한 액수를 받는 중국의 유명 작가다.

현재 저자의 블로그(wyy91.blog.sohu.com)는 중국 엄마들에게 인기 있는 사이트이다. 매우 소소한 부분까지 질문이 오고 저자도 성심성의껏 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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