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실내악 단체인 정가악회는 지난해 9월부터 넉 달 동안 지적 장애인들의 음악 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음악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숙명여대 음악치료센터와 함께 국악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효과는 긍정적이었다. 평소 말도 없고 사물에 잘 관심도 갖지 않던 지적 장애인들이 국악 연주를 듣고, 직접 악기도 연주하면서 적극성을 띠게 됐다. “다음에 또 언제 오느냐”며 채근하는 사람도 있었다. 천재현 정가악회 대표는 “음악이 사람을 치유할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기회였다. 이런 효과를 좀 더 대중적으로 전달하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중구 필동2가 남산국악당에서 개막한 청소년을 위한 치유음악극 ‘검고소리’(대본 김은선·연출 최여림)는 이렇게 탄생했다. 지난해 황순원의 소설 ‘왕모래’를 국악과 낭독이 만난 동명 음악극으로 풀어내 관심을 끌었던 정가악회가 이번에는 국악의 치유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평온한 가우리 나라와 호전적인 허허벌판 나라의 대립 구도 속에서 세상의 모든 불협화음과 고통, 상처를 잠재울 ‘검고소리’를 찾는 험난한 여정을 그렸다. 문숙현 작가의 동명 창작 동화가 바탕이 됐다. 종교제례악부터 판소리, 민요까지 다양한 국악 장르가 버무려져 있어 한자리에서 다양한 국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국악을 통해 정신을 치유받을 수 있을까. 숙명여대 음악치료센터 이주영 교수는 “임상 경험으로 보면 국악의 템포나 사운드가 현대 음악보다 긍정적인 감정 변화를 유도하기에 적합하다. 기분이 들뜨고 유쾌하기도 하지만 마음의 안정과 신체적 흐름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나무, 동물 가죽 등 자연 소재로 만든 국악기들은 음향적으로 편안하고 안정적인 소리와 템포를 갖고 있어 사람의 호흡, 맥박과도 잘 어우러진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
천 대표는 “타깃 관객은 방학을 맞은 청소년으로 세웠지만 온 가족이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가족극에 가깝다”고 말했다. 2만5000원. 17일까지. 02-2261-0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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