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린이 뮤지컬의 대세는 캐릭터 뮤지컬이다. 뿡뿡이, 뽀로로, 파워레인저…. 이들 캐릭터 뮤지컬의 특징은 일부 배우가 특정 캐릭터의 탈이나 가면을 쓰고 미리 녹음된 성우나 가수의 목소리를 빌려 일종의 ‘립싱크 연기’를 한다는 점이다.
15일부터 부산 MBC롯데아트홀에서 개막할 ‘피터 팬’(주혜자 연출)은 얼핏 보면 요즘 유행하는 캐릭터 뮤지컬을 닮았다. 하지만 모든 등장인물이 매우 섬세하게 제작된 마스크를 쓰고 고난도의 연기를 소화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비행선이란 뜻을 지닌 일본 ‘히코센’ 극단이 1966년 독자적으로 개발한 ‘마스크 플레이 뮤지컬’이다.
마스크 플레이 뮤지컬은 일본 전통 가면극 노(能)의 전통을 서양 연극과 접목했다고 할 만큼 독자적 전통을 자랑한다. 우선 마스크의 표정과 중량이 다르다. 피터 팬과 후크선장 하면 떠오르는 독특한 표정을 토대로 하면서도 일부러 좌우 비대칭으로 제작해 조명에 따라 그때그때 표정이 달라 보인다. 또 뿡뿡이나 뽀로로처럼 2등신에 가까운 캐릭터의 경우 탈의 크기가 커서 배우들의 동작이 제한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가벼워 탈을 쓰고도 텀블링과 플라잉 등 곡예에 가까운 연기와 섬세한 감정연기가 가능하다. 히코센은 이를 위해 1975년부터 별도의 배우양성소를 운영할 정도다.
부산MBC가 히코센과 손잡고 첫 자체제작 뮤지컬로 선보이는 ‘피터 팬’은 이런 독자적 전통을 ‘한국화’하고 ‘부산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화란 1시간 40분의 공연시간을 1시간 20분으로 줄이고 편곡과 안무 재창작을 통해 역동적 구성으로 바꾼 것을 말한다. 부산화란 12명의 배우와 20여 명의 제작진 대부분을 부산 출신 공연인으로 채운 것이다.
스즈키 도루 히코센 대표는 11일 첫 리허설 전막 공연을 보고 “20년 경력의 일본 배우도 마스크를 쓰고 15분만 공연해도 지치는데 한국 배우들이 논스톱으로 80분 공연을 소화하는 것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의력 산만한 한국 어린이 입맛에 맞추다 보니 히코센의 장인(匠人)정신이 깃든 세밀함엔 아직 거리가 있다. “아이들에게 (맛은 없더라도) 좋은 것만 먹이겠다는 히코센의 장인정신이 부러웠다.” 뿡뿡이와 뽀로로 시리즈의 연출가로 ‘피터 팬’의 예술감독을 맡은 허승민 씨의 말이다.
2만∼4만 원. 15일∼2월 13일 부산 수영구 민락동 MBC롯데아트홀. 051-760-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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