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의미있다” 90%… “이혼? 할수도” 68%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8일 03시 00분


현대 한국인 어떤 생각 갖고 살고 있나 한국갤럽 1503명 가치관 조사

《‘인간은 악하기보다는 선하다’ ‘나쁜 일을 하면 대가를 치른다’ ‘운명은 타고나기보다는 노력이나 능력에 따라 만들어진다’ ‘자유가 평등보다 중요하며, 같은 직무라도 능력이 다르다면 서로 다른 월급을 받는 것이 공평하다’. 현대 한국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 알 수 있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은 17일 ‘한국인의 철학’을 주제로 2009년 12월 15일부터 2010년 1월 5일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3명을 개별 면접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항목은 인생관, 가족관, 윤리관, 종교관, 국가관, 사회관 등 가치관 전반을 포괄했다. 한국갤럽은 이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한 책 ‘한국인의 철학’도 이날 출간했다. 이 책에는 송영배 이태수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 손동현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황경식 서울대 철학과 교수가 결과에 대해 대담을 나눈 내용이 들어 있다.》

인간의 본성에 관한 질문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는 답변이 53%, ‘선악을 동시에 갖췄다’가 32%로 나타났다. ‘나쁜 일을 하면 언젠가 그 죄를 받는다’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답이 85%로 압도적이었다. 운명에 대해서는 노력이나 능력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답이 62%, 타고나는 것이라는 답이 24%였으며 반반이라는 답이 12%였다.

‘인생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9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인생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묻는 설문에서는 ‘자주 혹은 가끔 생각한다’는 답이 51%로 ‘거의 생각하지 않거나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48%)보다 높았다. 이 교수는 대담에서 “의미 있는 삶이라고 답을 하면서도 인생의 의미에 대해 회의를 느낀 적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도 서구처럼 복잡하고 심화된, 세련된 인생의 의미를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자주 한다(7%), 가끔 생각한다(49%),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30%),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13%)로 나타났다. 황 교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많은 편”이라며 사후 세계에 대한 논의가 전무한 유교적 전통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전체의 83%(매우 행복하다 14%, 어느 정도 행복하다 69%)로 나타났다. 행복하다는 답은 1981년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비해 1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운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체의 85%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매우 그렇다’는 비율은 22%로 1981년에 비해 23%포인트나 감소했다. 전쟁이 날 경우 우리나라를 위해 기꺼이 싸우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참전하겠다는 답이 61%, 참전하지 않겠다는 답이 26%였다. 1981년 당시 참전하지 않겠다는 답이 6%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현 사회제도에 대해서는 점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 의견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점이 많으며 빨리 바뀌어야 한다’ 30%, ‘잘못된 점이 존재하나 서서히 개선돼야 한다’ 61%, ‘만족한다’ 3%로 나타났다.

자유와 평등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묻는 설문에서는 자유 53%, 평등 42%였다. 이와 관련해 같은 나이에 비슷한 일을 하지만 능력 차이가 있는 비서가 서로 다른 월급을 받는다면 이것이 공평한지를 묻는 문항도 있었다. 공평하다는 답이 78%로 대다수가 능력에 따라 월급을 차등 지급하는 것에 동의했다.

정치에 대해서는 66%가 관심 없다고 답했다. 1981년의 52%에 비해 14%포인트 증가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보수 3%, 다소 보수 26%,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39%, 다소 진보 18%, 매우 진보 2%로 답했다.

가족관에 관해서는 ‘집안의 남자 어른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항목에 대해 그렇다 47%, 아니다 50%로 나왔다. ‘남편과 아내가 하는 일은 구별돼야 한다’는 항목에 대해서도 그렇다 40%, 아니다 59%의 비율을 보였다. 전통적 가족관이 약화된 모습이다.

결혼관에 대한 설문에서는 혼전 동거에 대해 반대가 54%, 찬성이 40%였다. 그러나 20대 중에서는 찬성이 54%로 반대보다 많았다. 이혼은 68%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해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30%)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점(占)이나 사주를 믿는지에 대한 설문에서는 직접 점을 본 적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0%, 본 적 없다는 답이 60%로 나왔다. 점을 믿지 않는다는 답은 전체의 67%(전혀 신뢰하지 않음 30%, 별로 신뢰하지 않음 37%), 믿는다는 답은 전체의 31%(많이 신뢰 3%, 어느 정도 신뢰 28%)였다. 궁합에 대해서도 궁합이 나빠도 결혼은 괜찮다는 답이 62%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 중 44%는 종교가 없다고 답해 가장 많았고 25%는 개신교, 22%는 불교, 8%는 천주교 신자라고 답했다.

‘철학’이라는 개별 학문분야에 관한 설문도 함께 실시됐다. ‘철학’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를 묻는 질문(2개까지 중복 대답)에 점과 관련된 용어를 떠올리는 비율이 전체의 21%, ‘어렵고 재미없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비율이 전체의 20%에 달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한국 철학자를 묻는 질문(2명까지 중복 대답)에는 생각나는 학자가 없다는 답이 76%로 압도적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철학 책을 몇 권 읽었느냐는 질문에도 관련 책을 읽은 적이 없다는 답이 74%에 달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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