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소극장 ‘더 스테이지’. 공연제작사 ‘뮤지컬 해븐’이 처음으로 마련한 ‘뮤지컬 해븐의 밤’이 열렸다. 자사 공연을 자주 찾은 관객을 위한 감사의 무대였다.
배우 강필석 김재범 임기홍 씨 등이 나와 뮤지컬 ‘김종욱 찾기’ ‘쓰릴미’ ‘번지점프를 하다’ ‘스프링 어웨이크닝’ ‘마이 스케어리 걸’의 주요 넘버를 열창했다. 분위기는 뜨거웠다. 일부 관객은 노래를 따라 불렀고, 배우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탄성이 터졌다. 김종욱 찾기의 ‘멀티맨’으로 코믹 연기를 보여줬던 임 씨가 꽃미남 배우들의 등용문인 ‘쓰릴미’를 재현하며 웃통을 벗었을 때는 박장대소가 터졌다.
이날 초청된 110여 명은 ‘특별한 고객’들이다. 2009년 스프링 어웨이크닝과 2010년 쓰릴미 등 두 공연 관람 횟수의 합이 27회 이상인 관객을 초청한 것. 이 중에는 40회, 50회를 넘어 100회 이상을 본 관객도 있다.
공연마다의 티켓 가격은 대략 4만∼8만 원. 30회만 봤다고 쳐도 100만 원이 넘는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만나 보니 대부분 30대 전후의 평범한 직장 여성들이었다. 단지 취미생활의 하나로 뮤지컬에 푹 빠져 지낼 뿐이었다.
이날 초청객 중 최다 관람자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103번 본 남궁옥화 씨(31). “지난해 200일 정도 공연을 봤다. 티켓 값만 해도 국산 소형차 한 대는 나올 거다. 주위에서는 ‘미쳤다’고도 하는데 공연이 좋은 걸 어쩌나”라며 웃었다. 6개월간 쓰릴미를 50회나 봤다는 회사원 김현정 씨(29)는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배우별로 각각 공연을 봤고, 같은 배우라도 날마다 느낌이 달라 자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큰손’이 아니었다. 대부분 끼니를 김밥으로 때워가며 아낀 돈으로 공연장을 찾는 ‘개미’들이었다. 이들이 한국 뮤지컬시장 급성장의 주요 동력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그들의 희망사항은 뭘까. 역시 개미들답게 경제적 부담을 줄여 달라는 것이었다. “재관람 관객에겐 할인 혜택을 달라” “커피처럼 공연도 열 번 보면 한 번은 무료로 해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충분한 숙고 없는 할인 정책은 제작 기반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손쉬운 묘안은 없겠지만, 골수 뮤지컬 애호가들과 제작사 모두가 기뻐할 수 있는 답을 생각해 볼 때가 왔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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