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사람의 욕구와 잠재의식을 반영한다. 정신분석은 그 사람으로부터 꿈의 세세한 장면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순신의 꿈 이야기를 알 수 있다면 그를 좀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 이순신은 자신의 꿈 이야기를 적지 않게 남겼다. 저자는 성웅으로 추앙받는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에 다가서기 위해 이를 파고들었다. 이순신의 꿈 이야기는 난중일기에 40개, 조카 이분이 쓴 이순신의 첫 전기인 행록에 5개가 나온다. 이순신이 꿈처럼 계시적 성격이 있었던 척자점(擲字占·1∼4까지 표시된 나무막대를 3번 던져 치는 점)을 쳤다는 기록 18개도 살폈다.
저자는 단순히 꿈 해몽으로 저서를 완성한 것이 아니다. 동시대 인물들의 다른 꿈을 살핌으로써 그가 처한 시대적 사회적 위치를 점검했고, 허균과 같이 동시대를 살았던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를 추론함으로써 사회생활을 했던 한 인간으로서의 이순신을 재현했다.
이순신은 자신의 꿈을 당시 사람들과 비슷하게 일종의 계시로 이해하고 활용했다. 이는 그의 삶을 운에 맡겼다는 의미가 아니다. 저자는 “시대 상황과 자신의 소임에 관한 고도의 집중력과 분석력을 곁들여 그 결과를 해석했다”고 말한다. 기록에 따르면 이순신은 백발노인이 꿈에 나타나 이순신을 발로 차면서 “일어나라! 일어나! 적이 왔다!”고 말하는 꿈을 꾸고는 1592년 사천해전을 준비했다.
그를 둘러싼 상황이 절박할수록 꿈은 많았다. 백의종군, 원균의 칠천량 패전, 어머니와 아들의 죽음이 있었던 1597년에는 18회나 꿈 기록을 남겼다.
이순신은 자신의 지위에 만족했을까. 전투가 거의 없고 자신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최고의 지위에 있을 때는 ‘높은 산봉우리’, ‘미인의 손짓’, ‘화룡이 되는 붉고 푸른 용’ 등에 관한 꿈을 꿨다. 저자는 이순신 자신의 해석과 달리 이를 정치적 욕망으로 읽었다.
저자는 말한다. “꿈과 점이라는 잠재의식의 빙산을 통해 읽은 이순신은 오늘날처럼 무조건 추앙을 받는 영웅, 충성스러운 신하가 아니었다. 자신의 시대를 넘어서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혁명을 꿈꾸던 좌절한 혁명가였다…그러나 자신의 시대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머뭇거리지 않고 실행한 비범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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