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의 대표적 여류소설가인 박완서 씨가 22일 오전 6시 17분경 지병인 담낭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세.
고인은 1931년 경기도 개풍 출생으로 1950년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했다. 마흔 살이 되던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면서 소설가로 등단해 지난해 등단 40주년을 맞았다.
고인은 6·25전쟁 이후 남성작가가 놓친 민중의 삶을 새롭게 조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현대사회에서도 계속되는 여성 억압 문제와 물질중심주의, 자본주의가 만든 황폐한 인간성을 여성 특유의 섬세한 문장으로 통렬히 비판하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 '휘청거리는 오후'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과 소설집 '엄마의 말뚝' '그 남자네 집' '잃어버린 여행가방' '세 가지 소원' 등이 있다.
이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엄마의 말뚝' '그 남자네 집'은 6·25전쟁으로 인한 공포와 위기감이 잘 묘사돼 있다. 고인은 생전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도 "6·25는 내 기억의 원점이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고통이 도져서 혼자 신음하며 운 적이 있다"고 말할 만큼 6·25는 그에게 문학의 원천이었고 실제로 많이 다뤘다.
산문집으로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여자와 남자가 있는 풍경'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님이여 그 숲을 떠나지 마오' 등이 있으며 지난해 7월에도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펴내는 등 별세 직전까지 고령임에도 활발한 글쓰기를 계속해왔다.
40여 년 동안 이상문학상(1981)을 비롯해 한국문학작가상(1980)과 대한민국문학상(1990)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 만해문학상(1999) 인촌상(2000) 호암예술상(2006)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장녀 호원숙(작가), 차녀 원순, 삼녀 원경(서울대 의대 교수), 사녀 원균 씨 등 4녀와 사위로 황창윤(신라대 교수), 김광하(도이상사 대표), 권오정(성균관대 의대 학장), 김장섭(대구대 교수)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6호. 발인은 25일 오전. 02-3410-6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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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2 09:48:02
삼가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