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전쟁 후 폐허 같은 마을의 골목을 배회하는 개, 포탄 맞아 뻥 뚫린 벽의 구멍 사이를 헤집고 나오는 고양이, 굶주림으로 앙상한 몸을 드러낸 어미 개.
서울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 갤러리에서 25∼31일 열리는 ‘사라지다, 남겨지다’전은 연평도 사태 후 남겨진 반려동물을 주목하는 전시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를 맡은 영화감독 임순례 씨의 제안으로 김성룡 성남훈 이상엽 이치열 최항영 최형락 씨 등 6명의 사진가가 어렵사리 뱃길을 뚫고 연평도를 찾아가 죄 없이 고통받는 동물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왔다.
그들 중 한 사진가는 이런 시를 썼다. ‘개가 서있다./아니 개도 산다./연평도 구석구석에 울부짖고 산다./…/개가 서있다./아니 고양이도 서있다./연평도 구석구석엔 사람들의 아픔만 있지 그들의 아픔은 없다.’(성남훈의 ‘연평도에 서서’)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평화가 사라진 빈 섬을 외롭게 지키는 동물들의 사진은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임 감독은 “전쟁이라는 절대적 폭력 앞에 가장 무력한 존재인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단어인지를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작의 판매수익금은 연평도 동물 보호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02-7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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