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떠난 연평도, 죄없는 이 동물들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5일 03시 00분


‘사라지다, 남겨지다’ 사진전
포격 이후 고통의 모습 담아

‘사라지다, 남겨지다’전에 선보일 최형락 씨의 ‘연평도의 반려동물 1’.사진 제공 류가헌
‘사라지다, 남겨지다’전에 선보일 최형락 씨의 ‘연평도의 반려동물 1’.사진 제공 류가헌
마치 전쟁 후 폐허 같은 마을의 골목을 배회하는 개, 포탄 맞아 뻥 뚫린 벽의 구멍 사이를 헤집고 나오는 고양이, 굶주림으로 앙상한 몸을 드러낸 어미 개.

서울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 갤러리에서 25∼31일 열리는 ‘사라지다, 남겨지다’전은 연평도 사태 후 남겨진 반려동물을 주목하는 전시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를 맡은 영화감독 임순례 씨의 제안으로 김성룡 성남훈 이상엽 이치열 최항영 최형락 씨 등 6명의 사진가가 어렵사리 뱃길을 뚫고 연평도를 찾아가 죄 없이 고통받는 동물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왔다.

그들 중 한 사진가는 이런 시를 썼다. ‘개가 서있다./아니 개도 산다./연평도 구석구석에 울부짖고 산다./…/개가 서있다./아니 고양이도 서있다./연평도 구석구석엔 사람들의 아픔만 있지 그들의 아픔은 없다.’(성남훈의 ‘연평도에 서서’)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평화가 사라진 빈 섬을 외롭게 지키는 동물들의 사진은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임 감독은 “전쟁이라는 절대적 폭력 앞에 가장 무력한 존재인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단어인지를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작의 판매수익금은 연평도 동물 보호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02-720-201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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