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무대미술 현장감 생생… 영상 연출은 어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5일 03시 00분


창작발레 ‘인어공주’
연출 ★★★ 안무 ★★★☆

21∼23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른 ‘인어공주’. 사진 제공 김선희발레단
21∼23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른 ‘인어공주’. 사진 제공 김선희발레단
정성들여 차린 한 상이었지만 조금만 덜어냈다면 더 만족스러웠을 공연이었다. 21∼23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 김선희 발레단의 창작발레 ‘인어공주’(김선희 안무·연출) 10주년 공연은 만족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무대였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발레로서 이 작품은 다양한 장점을 갖췄다. 1막 바닷속 장면에서 주꾸미와 새우, 해파리 등 수중 생물을 표현한 안무는 객석의 웃음을 자연스럽게 끌어냈다. 일렁이는 손짓으로 물결을 표현하거나 물속 무중력 상태를 표현한 움직임도 독창적이었다. 2막 왕궁 장면이나 인어공주와 왕자의 2인무에서는 고전발레의 다양한 기술을 보여 주며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10주년 공연을 맞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학생들로 구성한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는 초반에 다소 불안했지만 곧 안무와 조화를 이뤘다. 특히 오케스트라 피트가 객석과 가깝고 아이들이 가까이에서 발돋움하면 안을 볼 수 있는 높이여서 처음 보는 악기들을 신기해하는 아이들에겐 그 자체로 이벤트였다. 무대미술은 조각가 안규철 한예종 교수가 맡아 실제 바다를 보는 듯한 현실감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그러나 장점만큼 아쉬운 점도 많았다. 우선 휴식시간을 포함해 약 90분이라는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이 때문에 특히 1막에서 이야기 전개나 인물 감정 전달에 밀도가 떨어졌다. 예를 들어 인어공주가 난파선에서 육지 물건을 보며 좋아하는 장면은 생략이 가능했다. 게다가 용왕이 이를 보고 분노할 때 장면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관객들이 언제 박수를 쳐야 할지 머뭇거려야 했다.

공연 도입부에서는 폭풍우 장면을 처리한 영상이 꼭 필요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화면의 크기에 비해 영상 해상도가 낮아 무용수들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영상 연출 자체도 세련되지 않아 오히려 이후 펼쳐질 실제 무대에 대한 기대를 떨어뜨렸다. 무용수들이 대부분 한예종 학생임을 감안했을 때 비교적 완성도 있는 무대였지만 23일 공연에서는 무대 위에서 눈에 띌 정도로 동작이 틀리는 모습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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