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세 번의 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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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 김지석 7단 ● 허영호 7단
본선 4강 2국 2보(34∼54) 덤 6집 반 각 3시간

김지석 7단은 백 ○ 때문에 축이 아니라며 백 34로 기어 나온다. 초반부터 까칠하다. 김 7단처럼 공격 성향의 기사들은 잡히지 않는 돌이면 일단 살리려고 하고, 끊을 수 있는 곳은 끊으려고 한다.

반면 수비 성향의 허영호 7단은 저돌적 상대를 잡기 위해 덫을 놓는다. 흑 39는 미끼. 백이 단수를 쳤다간 흑이 ‘가’를 선수한다. 그러면 축이 성립해 백이 망한다.

이 정도의 덫은 김 7단도 이미 파악하고 있다. 결국 서로 갈 길을 간다. 백 42까지 새로운 정석이 나왔다.

백 44도 예상하지 못했던 강수. 현재 반상에서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막상 흑의 응수도 쉽지 않다. 얼핏 참고도 흑 1이 떠오른다. 백은 2, 4로 버틴다. 흑 A로 끊어 패를 해야 하는데 팻감이 없다.

허 7단은 고심 끝에 흑 45로 늘었다. 하지만 백은 50까지 깔끔하게 살았고 흑 모양은 어딘지 둔탁하다. 사실 우하 귀 결과는 실제 형세와는 관계없이 흑에게 기분만 안 좋은 정도일 수 있는데 문제는 이것이 허 7단의 신경을 긁고 있다는 것.

흑 53이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다. 그냥 ‘나’에 두면 온건한데 허 7단은 고삐를 바싹 죄고 싶었던 것이다.

이때 김 7단의 레이더가 바로 작동한다. 흑 53처럼 백을 조이려고 할 때는 스스로의 허점도 노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 김 7단은 백 54로 깊숙이 침투한다. 역시 예상 못한 수였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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