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돌아온 ‘태양의 서커스’… 동양의 신비를 타고 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7일 03시 00분


4월 6일 내한공연 앞두고 다섯번째 작품 ‘바레카이’ 타이베이공연

흰 그물에 싸인 이카로스가 공중곡예를 펼치고있다. ‘바레카이’는 동양적 무대 위에서 서양의이카로스 신화를 펼쳐놓는다. 사진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왼쪽), 캐나다의 예술서커스 그룹 ‘태양의 서커스’의 세 번째 내한 공연작 ‘바레카이’는 세계를 떠돌며 현대적 집시로 살아가는 단원들의 자의식을 ‘이카로스 신화’에 투영해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다. 14개 서커스 장면 중 인간 저글링을 하는 장면. 사진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오른쪽)
흰 그물에 싸인 이카로스가 공중곡예를 펼치고있다. ‘바레카이’는 동양적 무대 위에서 서양의이카로스 신화를 펼쳐놓는다. 사진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왼쪽), 캐나다의 예술서커스 그룹 ‘태양의 서커스’의 세 번째 내한 공연작 ‘바레카이’는 세계를 떠돌며 현대적 집시로 살아가는 단원들의 자의식을 ‘이카로스 신화’에 투영해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다. 14개 서커스 장면 중 인간 저글링을 하는 장면. 사진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오른쪽)
들리는가, 황금빛 대숲의 신비한 바람소리가. 보이는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오작교가. 느낄 수 있는가, 하나의 전설이 진 곳에서 새로운 신화의 꽃을 피우려는 예술적 욕망을.

예술서커스의 현대적 신화를 축조한 ‘태양의 서커스’의 세 번째 내한공연 ‘바레카이’(극본·연출 도미니크 샹파뉴)가 그려낸 심미적 풍경은 이렇게 세 마디로 요약된다. 태양의 서커스가 제작한 22편의 공연 중 투어쇼는 지금까지 9개. 그 다섯 번째 작품인 바레카이는 ‘퀴담’(1996년 작), ‘알레그리아’(1994년 작)에 이어 세 번째 한국 공연작이다. 바레카이의 투어 총괄매니저 로버트 매킨지는 “세 번째 한국 공연인 만큼 ‘태양의 서커스’의 진화한 모습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4월 한국 공연에 앞서 1월 20일부터 대만에서 아시아투어를 개시한 바레카이 공연을 25일 타이베이 현지에서 미리 맛봤다.

원형무대 뒤를 빽빽이 채운 황금빛 파이프 300여 개가 동양의 대숲을 연상시켰고, 원형무대 위로 30m 높이에 설치된 공중무대 캣워크와 무대를 연결하는 아슬아슬한 다리는 나뭇가지를 물어서 만든 오작교를 연상시켰다. 동양적 신비를 간직한 무대 위에선 서양의 이카로스의 전설이 전통적 질서를 교란시키는 현대적 트릭스터(기존 체제 밖에 위치한 장난꾸러기) 신화로 새롭게 빚어졌다.

이카로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발명한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다가 너무 태양 가까이 날아간 탓에 추락해 죽은 주인공이다. 금기를 위반하고 신의 영역을 침범했다가 저주받는 존재인 동시에 불가능의 영역에 도전하는 불굴의 정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집시 언어로 ‘어디든지’를 뜻하는 바레카이는 이 이카로스가 신비로운 생명체들이 사는 곳에 떨어져 목숨을 건진 뒤 다시 비상하는 이야기를 14개의 서커스쇼로 구성했다.

흰 그물에 싸인 이카로스가 비상의 열망을 담아 펼쳐내는 공중곡예, 그로테스크한 생명체들의 인간 저글링, 세 명의 어린 곡예사의 밧줄묘기, 천상의 캣워크에서 내려오는 여인 네 명이 펼치는 3중 공중그네쇼, 두 명의 근육질 남성이 공중의 가죽끈에 매달려 객석 위를 날아다니는 공중밧줄쇼, 이카로스와 사랑에 빠진 애벌레가 아름다운 천상의 존재로 변신하면서 공중의 후프 위에서 펼치는 쇼….

눈치챘겠지만 바레카이는 바람을 가르는 공중곡예에 초점을 맞췄다. 엉성한 이야기 구조에 다양한 서커스 곡예를 접목시켰던 전작들에 비해 ‘선택과 집중’에 공을 들였다. 그러면서도 홀쭉이 마술사와 뚱뚱이 여성 파트너의 코믹한 광대 에피소드를 전체 스토리 중간 중간에 삽입해 재미를 살렸다.

특히 두 개의 러시아 그네를 이용해 곡예사들이 공중에서 엇갈리고 포개지는 러시안 스윙쇼는 스릴 만점이다.

바레카이는 ‘태양의 서커스’ 단원들의 자기정체성이 투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단원들이 고향집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년 가운데 최대 3주. 세계를 떠돌며 식당과 학교, 자체 발전시설까지 갖춘 대형 텐트 ‘그랑 샤피토’에서 생활하는 이들이야말로 현대의 집시다.

공연 속 트릭스터들은 곧 그들 자신이고, 하늘을 날다 추락해 그들을 만나는 이카로스는 태양의 서커스를 창립한 기 랄리베르테가 아닐까.

한국 공연은 4월 6일∼5월 2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하는 그랑 샤피토에서 진행된다. 6만∼22만 원. 02-541-6235

타이베이=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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