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한달만에 15만부, 김난도 교수 ‘아프니까 청춘이다’ 신드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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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7일 03시 00분


‘88만원 세대’ 보듬는 공감 코드 적중

김난도 교수는 “젊은이들은 힘들어하는데 우리 사회가 그 고민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내 책이 많이 팔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책내용을 주제로 학생들에게 강연하는 김 교수. 사진 제공 쌤앤파커스
김난도 교수는 “젊은이들은 힘들어하는데 우리 사회가 그 고민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내 책이 많이 팔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책내용을 주제로 학생들에게 강연하는 김 교수. 사진 제공 쌤앤파커스
“제목만으로도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위안이 되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숨기고 있었던 상처들을 소독하는 기분이 들었다.”(ID ‘hwajin**’의 교보문고 독자서평)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들과 부대끼며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어주었다. 그러했기에 수많은 청춘들의 공감을 얻을 만한 글을 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ID ‘skeykey’의 인터넷서점 예스24 독자서평)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48)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대한 독자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해 12월 24일 출간된 이 책은 1월 셋째 주부터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뛰어넘어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26일 현재 예스24,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도 종합 2위를 기록하며 출간 한 달 만에 15만여 부가 나갔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저자에 대한 강의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김 교수는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이 운영하는 20대 대상 사이트인 ‘영삼성닷컴’ 회원을 대상으로, 30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2월 중순 충북 청주시 충북대에서 책의 내용을 주제로 강연한다. 18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강연회에는 1000여 명이 몰렸다. 트위터에서 이 책의 좋은 구절을 인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책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책은 ‘작심삼일은 당연하다, 삶의 방식이란 결심이 아니라 연습이니까’ ‘아직 재테크를 시작하지 마라’ ‘대학은 그대에게 결승선인가, 출발선인가’ 등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을 담은 짧은 글 42편으로 이뤄졌다.

책의 발단은 2005년 김 교수가 연구년을 맞아 미국에 있을 때 한 학생에게 보냈던 e메일이었다. 김 교수는 ‘슬럼프’란 제목의 e메일을 통해 나태에 빠진 학생에게 엄하면서도 자상하게 삶의 방식을 조언했다. 그 뒤 김 교수의 미니홈피에 올라있던 이 글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화제가 됐고, 그는 서울대 학생들에게 ‘란도샘’으로 불리며 친근한 멘터로 자리 잡았다.

김 교수는 2년 전 학생들을 상담했던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내기로 마음먹었다. 다양한 젊은이들의 고민을 알기 위해 전국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고민을 누구와 상담하느냐’는 물음에 학생들의 70%가 친구라고 답했고, 0.5%만이 교수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멘터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는 “대학에서 교수들에게 연구 성과를 강조하면서 학생상담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며 “젊은이들과 가까이서 부딪치는 교수들이 멘터로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책은 쉬운 용어와 대화체 문장, 그러면서도 따끔한 지적이 적절히 어우러져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왔지만 사법시험에 실패하고 아버지를 여의는 등 젊은 시절 김 교수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점도 젊은이의 공감을 얻었다는 평가다.

이 책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른바 ‘88만 원 세대’ 젊은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구조적 요인은 외면하고 그들의 고민을 개인적인 문제로 환원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에 대해 “우리 사회에 ‘88만원 세대’ 등 젊은 세대의 문제점을 분석한 책들은 있었지만 인생지침을 전하는 책은 부족했다”며 “위안이 되는 책을 쓰고 싶었을 뿐이지 사회적인 현실을 외면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동서양 고전 중에도 지침이 되는 양서가 있지만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이유는 공감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친형처럼 따뜻한 어조와 젊은이들의 고민을 현실적으로 잘 분석한 것을 이 책의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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