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영국인이 기다려온 작가 로라 힐렌브랜드가 10년 만에 신작 ‘언브로큰(Unbroken)’으로 돌아왔다.
힐렌브랜드의 성공을 두고 영국에서는 한때 많은 이가 의아해했다. 처녀작이자 출세작이었던 ‘시비스킷(Seabiscuit)’의 성공부터가 그랬다. 실화를 바탕으로 2001년 출간된 이 책은 미국 대공황의 막바지인 1936년부터 1940년까지 평범한 조랑말이 불운과 부상을 딛고 최고의 경주마로 일어서기까지의 성공 신화를 담고 있다.
같은 영어를 쓴다는 이유로 수많은 미국인 작가들의 책이 영국에 들어오지만 자존심이 센 영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미국인 작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젊은 미국인 여성, 그것도 신출내기 작가가 쓴 경주마 이야기가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릴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은 예상을 뒤엎고 영국 언론들의 찬사를 받으며 그해 가장 권위 있는 스포츠 관련 서적에 주는 윌리엄힐 상까지 받았다.
이번에도 이 저자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역전의 감동 스토리로 다시 영국 독자들을 찾았다. ‘언브로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놀랍고도 감동적인 실화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루이스 잠페리니 중위의 태평양 표류 사건을 다룬 책이다. 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5월 오후, 미국 공군 폭격기 한 대가 태평양에 추락했다. 근처에는 약간의 기름, 피, 전투기의 잔해만 남아 있었다.
그때 바다에서 얼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 구명보트에 간신히 올라탄 남자.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육상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던 잠페리니 중위였다.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이라곤 망망대해, 피에 굶주린 상어 떼, 금세라도 꺼져 버릴 것만 같은 작은 구명보트, 배고픔, 갈증, 그리고 추위뿐이었다.
이때부터 잠페리니 중위는 살아남은 두 명의 조종사와 함께 작은 보트에 의지해 47일간 태평양을 표류한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작은 섬. 그러나 그 섬은 일본군이 점령한 곳이었고 세 사람은 일본군에 생포된다. 47일간의 고생을 무색하게 만드는, 27개월에 걸친 일본군의 무시무시한 고문과 끔찍한 감옥생활. 그 고통을 이겨낸 잠페리니 중위가 본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삶은 산산조각(broken)나 있었다.
아흔이 넘은 나이로 아직 생존해 있는, 그리고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설가 중 하나로 꼽히는 잠페리니는,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았다(unbroken). 저자 힐렌브랜드는 마치 잠페리니의 바로 곁에서 몇십 년을 함께 살아온 듯 그의 일생을 낱낱이 조명한다. 고통, 끔찍한 고문, 외로움, 적에 대한 증오, 산산조각 난 결혼생활, 알코올의존증, 이를 이겨내도록 도와준 목사와의 만남….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는 잠페리니의 인생은 국적과 성별, 나이를 떠나 모든 이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어쩌면 이러한 감동 실화를 더욱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작가 본인이 고난과 시련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작가는 25년간이나 만성피로증후군을 앓아왔다. 최근에는 병세가 더욱 심해져 2년간은 집 밖으로 나가 본 게 두 번밖에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외출은커녕 아파서 글을 쓸 수도, 읽을 수도 없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이 같은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한 번 대작 ‘언브로큰’으로 우리 앞에 선 그이기에 이 이야기가 더욱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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