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다성(茶聖)’ 초의선사(1786∼1866)를 조명하는 전시가 처음 열린다. 화봉책박물관(관장 여승구)이 4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화봉갤러리에서 개최하는 ‘명선 초의(茗禪 草衣)-시·차 그리고 선’.
‘명선(茗禪)’은 초의와 평생 교유했던 추사 김정희가 초의의 차를 극찬하며 지어준 호(號)로 ‘차를 마시며 선에 들다’라는 뜻이다. 29일 전시 개막식을 찾은 정민 한양대 교수는 전시의 제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명선이란 호를 부각한 것만 해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호를 불러내 초의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지요.”
초의는 19세기 자칫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조선의 차 문화를 중흥시킨 인물. 그는 전남 해남 대둔사에 남아 있던 선다(禪茶)를 복원해 초의차(草衣茶)를 완성했다. 당시는 서울의 문인들이 청나라 연행(燕行·청의 수도인 연경을 방문하는 것)을 통해 중국의 차 문화를 접하면서 차에 관심이 커지던 시기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초의는 추사를 비롯한 서울의 문인들과 교유하면서 ‘동다송(東茶頌)’을 짓고 조선의 다성으로 추앙받았다.
이번 전시는 사승(師承), 교유, 시, 다(茶), 학(學)의 5개 주제로 140여 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초의의 차와 시, 학문의 세계를 보여주는 유물이다.
우선 초의의 친필 유묵이 눈길을 끈다. 그중에서도 1815년 10월 27일 추사에게 처음 보낸 편지가 두드러진다. 초의는 편지에서 자신이 살아온 내력을 이야기하며 교유를 허락한 추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추사 전문가 박철상 씨는 “그동안 1815년 겨울에 초의와 추사가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 편지를 통해 그 만남이 1815년 10월 27일 이전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초의의 글씨 ‘봉하(鳳下)’는 그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글씨로 필체에 힘이 넘친다. 초의의 편지와 글씨 모두 처음 공개된다.
당시 차 문화에 대한 서울 문인들의 관심을 보여주는 작자 미상의 ‘파공석조도(坡公石(요,조,초)圖)’도 선보인다. 차를 끓이는 돌주전자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으로, 중국의 문인이 유득공의 아들 유본학에게 그려준 것으로 추정된다. 초의의 차 문화 복원을 상찬하는 신위의 ‘남다시병서(南茶詩幷序)’, 정약용의 제자 황상의 ‘걸명시(乞茗詩)’, 초의의 ‘동다송’ 저술 과정을 소개한 변지화의 편지도 눈여겨봐야 할 작품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은 “초의라는 인물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고 수행과 차, 시, 그림 등 초의의 문예정신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02-737-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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