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아주 추운 토번국, 佛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토굴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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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3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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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사람들이 인도를 부르던 명칭, 천축. 이 인도를 동서남북과 중앙으로 나누면 다섯 천축국이 된다. 1300여 년 전인 723년, 당나라에 유학 온 신라 승려 혜초는 중국 광저우를 출발해 뱃길로 인도에 도착한 뒤 먼저 동천축에서 불교 성지를 참배하고 중천축과 남천축, 서천축과 북천축을 순례했다. 그런 다음 서역으로 넘어가 대식국의 페르시아와 중앙아시아를 거쳐 파미르 고원을 넘고 둔황을 지나는 대장정 끝에 727년 당나라 수도 장안(지금의 시안)으로 돌아왔다. 4년에 걸친 약 2만 km의 대장정이었다. 왕오천축국전의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폐사리국(바이샬리)

삼보(三寶)를 (…) 맨발에 알몸이다. 외도(外道)는 옷을 입지 않는다 (…) 음식은 보자마자 먹으며 재계(齋戒)도 하지 않는다. 땅은 모두 평평하고 (…) 노비가 없으며 사람을 파는 죄는 사람을 죽이는 죄와 다르지 않다.

●구시나국(쿠시나가라)

한 달만에 구시나국에 이르렀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곳이나 성은 황폐해져 아무도 살지 않는다. 부처님이 열반하신 곳에 탑을 세웠는데 한 선사가 깨끗이 청소하고 있다. 해마다 팔월 초파일이 되면 남승과 여승, 도인과 속인들이 그 곳에 모여 공양을 베푼다. 탑 상공에는 깃발이 휘날리는데 그 수가 많아 헤아릴 수 없다. 뭇 사람들이 그것을 우러러 보니 이 날을 맞아 보리심을 일으키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

●피라날사국(바라나시)

녹야원과 구시나, 사성, 마하보리 등 4대 영탑(靈塔)이 마게타국 왕의 영역에 있다. 이 나라는 대승과 소승이 함께 행해지고 있다. 급기야 마하보리사에 도착하니 내 본래 소원이 맞는지라 무척 기뻤다. 내 뜻을 오언시로 엮어본다. ‘보리수가 멀다고 걱정 않는데/어찌 녹야원이 멀다 하리오/가파른 길 험하다고 근심할 뿐/업연의 바람 몰아쳐도 개의찮네/여덟 탑을 친견하기란 실로 어려운데/오랜 세월을 겪어 어지러이 타버렸으니/어찌 뵈려는 소원 이루어 지겠는가/하지만 이 아침 내 눈으로 보았노라’

●중천축국

이 나라 왕이 등청해 앉으면 수령과 백성이 왕을 에워싸고 사방에 앉는다. 그리고 각자 도리를 놓고 논쟁하는데 분분하고 소란스럽지만 왕은 듣기만 하고 화는 내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대는 옳고 그대는 옳지 않다’고 알린다. 그러면 백성들이 왕의 말을 받아들여 다시는 언급하지 않는다. 이 나라 왕과 백성들은 삼보를 공경하고 믿는다. 스님과 마주하면 왕과 수령도 땅바닥에 앉는다. 왕이건 수령이건 모두 좌탑을 지니고 다니며 자기 좌탑에 앉지 남의 좌탑에는 앉지 않는다. 절과 궁궐은 모두 삼 층으로 지었는데 아래층은 창고로 쓰고 위 두 층에는 사람이 산다. 지붕은 평평하고 벽돌과 목재로 지었다. 그 밖의 집은 모두 초가인데, 중국의 맞배집과 비슷하고 단층이다.

●남천축국

중천축국에서 남쪽으로 석 달 남짓 가면 남천축국 왕이 사는 곳이다. 왕은 코끼리 팔백 마리를 소유하고 있다. 영토가 넓어 남쪽으로는 남해, 동쪽으로 동해, 서쪽으로 서해에 이르며 북쪽으로 중천축국과 서천축국, 동천축국 등과 경계가 맞닿아 있다. 의복과 음식 풍속은 중천축국과 비슷하다. 다만 언어는 좀 다르고 기후가 덥다. 무명 천 코끼리 물소 황소가 산물이다. 양도 조금 있으나 낙타나 노새 당나귀는 없다.

●토번국(티베트)

다른 나라와 달리 지대가 아주 춥다. 집에서는 늘 보릿가루 음식을 먹고 떡과 밥은 적게 먹는다. 국왕이나 백성이 모두 불법을 알지 못하며 절간도 없다. 거개가 땅을 파 구덩이를 만들어 거기서 자며 침상이 없다. 사람들이 까맣고 흰 사람이 드물다. 언어는 다른 나라와 다르다. 털옷과 베옷을 입어 서캐와 이가 많은데 이를 잡으면 곧바로 입속에 넣고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

●파사국(페르시아)

토화라국에서 서쪽으로 한 달을 가면 파사국에 이른다. 이 나라 왕은 전에 대식을 지배했었다. 대식은 파사 왕의 낙타나 방목하는 신세였으나 후일 반란을 일으켜 파사 왕을 시해하고 주인이 됐다. 그래서 지금은 대식에게 병합됐다. 의상은 예부터 헐렁한 모직 상의를 입었고 수염과 머리를 깎으며 빵과 고기만 먹는다. 비록 쌀이 있더라도 갈아서 빵만 만들어 먹는다.

사람들의 성품은 교역을 좋아해 서해에서 배를 타고 남해로 들어간다. 그리고 사자국에서 여러 보물을 가져온다. 그러다보니 그 나라에서 보물이 나온다고들 한다. 곤륜국에 가서는 금을 가져오기도 한다. 또한 배를 타고 중국 땅에도 가는데 곧바로 광저우까지 가서 능, 비단 생사 면 같은 것을 가져온다. 이 땅에서는 가늘고 질 좋은 모직물이 난다. 사람들은 살생을 좋아하며 하늘을 섬기고 불법을 알지 못한다.

●돌궐(투르크)

이 호국들의 이북으로 가면 북쪽으로는 북해, 서쪽으로는 서해, 동쪽으로는 중국에 이르며 그 이북은 모두 돌궐족이 사는 강역이다. 돌궐족은 불법을 알지 못하며 절이나 승려도 없다. 의상은 모직 외투와 모직 상의이며 고기를 먹을거리로 삼는다. 성곽을 거처로 하는 일도 없으며 펠트 천막을 집으로 삼는다. 살러 다닐 때는 이 천막을 몸에 지니고 물과 풀을 따라 다닌다. 남자들은 모두 수염과 머리를 깎고 여자는 머리를 기른다. 언어는 다른 나라와 같지 않다. 이 나라 사람들은 살생을 좋아하고 선악을 알지 못한다.

●안서(安西)

개원 15년 11월 상순 안서에 도착하였는데 절도사는 조군이었다. 또한 안서에 중국인 승려가 주지로 있는 절이 두 곳 있고, 대승법이 행해지고 있으며 고기는 먹지 않는다. 대운사 사주 수행은 강설에 능란한데 전에는 경사의 칠보 대사 승려였다. 대운사의 의초라는 도유나는 율장을 잘 아는데, 왕년에는 경사의 장엄사 승려였다. 명운이란 대운사 상좌는 불도를 크게 닦았는데, 역시 경운사의 승려였다. 이들 승려들은 대단히 훌륭한 주지로서 불교를 믿는 마음이 대단하고 공덕을 쌓기에 열심이다. 법해라는 용흥사 사주는 중국인으로 안서에서 태어났지만 학식과 풍격이 중국 본토인과 다르지 않다.

우기에도 용흥사라는 중국절이 하나 있는데 (…) 라고 하는 중국 승려가 있다. 그는 대단히 훌륭한 주지다. 이 승려는 하북 기주 사람이다. 소륵에도 중국 절인 대운사가 있는데, 한 중국 승려가 주지로 있다. 그는 민주(岷州) 사람이다.

●언기국(카라샤르)

다시 안서에서 동쪽으로 (…) 가면 언기국에 이른다. 여기도 중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 왕이 있으며 백성들은 호인(胡人)들이다. 절과 승려가 많으며 소승법이 행해진고 있다. (…) 이것이 안서4진인데, 이름을 꼽으면 첫째 안서, 둘대 우기, 셋재 소륵, 넷째 언기다. 중국식대로 안에 치마를 입는다.

▶ 세계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 홈페이지 바로가기

번역=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정리=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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