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 신기루처럼 사라진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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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일 03시 00분


○ 김지석 7단 ● 허영호 7단
본선 4강 2국 6보(124∼158) 덤 6집 반 각 3시간

백 ○는 사실 백의 아킬레스건이다. 공중에 붕 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이 공격에 나서지 못하는 건 멀리 튼실한 백돌이 많기 때문. 백을 가두기에는 흑의 포위망이 너무 느슨하다. 그래서 흑은 백 ○에 대한 공격은 미루고 우변 백부터 건드린 것인데 백이 실착을 연발해 패가 났다.

허영호 7단으로선 쾌재를 부를 만하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격이다. 허 7단은 패를 오래 끌 생각이 없다. 백 28 팻감에 흑은 패를 포기하는 대신 29, 31로 중앙에 벽을 쌓는다. 모두 백 ○를 노린 사전 정비다. 백 34까지 우변 패는 사실상 백이 이긴 채 끝났지만 흑은 대망의 흑 35를 차지했다.

백 ○가 죽을 돌은 아니다. 다만 백 36처럼 실수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백 36은 참고 1도 백 1로 두고 5로 뛰었으면 큰 피해 없이 타개할 수 있었다. 그냥 백 36으로 뛰는 바람에 흑 39가 흑의 손에 들어가 백이 답답해졌다. 흑 45로 붙였을 때 백이 응수하지 못하고 백 48처럼 대마를 안정시켜야 할 정도로 급해진 것이다.

흑에겐 이제 그동안 뿌려놓은 열매를 거둘 때가 왔다. 참고 2도 흑 1을 선수할 시점이다. 그러나 허 7단은 뭐에 홀린 듯 그냥 흑 53으로 보강하고 만다. 백 54로 흑에게 왔던 기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27…○.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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