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왕·하’ 제9장에서 맹자는 어진이를 등용하더라도 그에게 합당한 職任(직임)을 맡겨야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말했다. 한 인물이 직임에 합당한 것을 勝任(승임)이라 하고, 직임에 합당하지 못한 것을 不勝任(불승임)이라고 한다. 맹자의 이 章이 그 어원이다. 맹자는 제나라 宣王(선왕)에게 우선 도목수와 큰 나무의 비유를 들었다.
爲巨室은 큰 궁궐을 만든다는 말로 爲는 ‘짓다, 만들다’의 뜻이다. 工師는 일반 목수인 匠人들의 우두머리로 곧 도목수를 말한다. 大木은 棟樑(동량)으로 쓸 만한 큰 재목을 말한다. 以爲는 ∼라고 여긴다는 뜻이다. 아래도 같다. 勝其任에 대해서는 두 가지 풀이가 가능하다. 우선 재목이 큰 궁궐을 지탱하는 역할을 감당할 만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工師가 工師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앞의 풀이를 따랐다. 小之는 큰 재목을 작게 만든다는 말로 之는 앞에 나온 大木을 가리킨다.
大木은 大木의 특성을 유지해야 궁궐을 지탱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그렇거늘 그것을 작게 깎아버린다면 棟樑이 될 수 없으니 애당초 大木을 구한 의미가 없게 된다. 현대사회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작태라고 할 수 있다. 그 任用(임용)을 어찌 어리석다 하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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