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m 쌓인 눈밭을 비행기 타듯 뜨고 지고···
온몸으로 느끼는 부드러운 활주의 쾌감이란
■ 日스키 100주년 기획 <상> 니가타 현 묘코 고원
스키 발상 100주년을 맞은 올 시즌 일본 스키장. 가는 곳마다 레르히 캐릭터가 분분하다. 그런 일본에서도 가장 열기가 뜨거운 곳은 니가타 현. 100년 전 첫 스키강습이 시작된 곳이다. 최근 20년간 일본 스키의 산업은 쇠퇴 일로다. 지속적인 스키인구 감소 때문. 하지만 올 시즌은 좀 다르다. 활기가 넘친다. ‘스키 센테니얼’ (100주년) 효과다. 한국 스키어에게 일본은 ‘스키 천국’이다. 구미에 비해 가깝고 저렴하며 선택폭이 넓고 설질이 기막혀서다. 그중 묘코 고원(니가타 현)과 하코다 산(아오모리 현)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묘코 고원은 스키 발상지 니가타를 대표하는 고전적인 스키마을, 하코다 산은 100년 전 스키 도입의 계기가 된 역사적 장소다. 둘 다 엄청난 강설과 기막힌 설질로 파우더 스킹을 보장하는 멋진 곳이다. 스키장과 아울러 근방의 온천, 식당, 음식도 함께 소개한다. 500여 개나 되는 일본 전국의 스키장. 그 가운데는 이름에 ‘고원’(일본어 발음 ‘고겐’)이 들어간 경우도 있다. 시가 고원, 쓰가이케 고원(이상 나가노 현), 묘코 고원 등등. 경험에 입각해 말하면 고원 스키장은 대체로 설질이 우수하다. 해발 고도가 500m 이상이다 보니 강설량이 많아서다. 그리고 숙박시설도 특색 있다. 대형 호텔보다는 오스트리아풍 산장마을이 대부분이다. 좀 더 클래식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한국 스키어에게는 이런 곳이 인기다. 천편일률적으로 리조트 스타일로 개발된 한국 스키장에 식상해서다. ○ 묘코 산자락에 깃든 클래식한 스키마을 묘코 고원
묘코 고원이 딱 그렇다. 해발 500m 고원을 아우르며 웅장하게 버티고 선 묘코 산(2454m). 묘코 시는 산자락에 기대어 평지를 이룬 고원에 둥지를 틀었다. 묘코 시의 스키장은 모두 9개. 그중 7개가 묘코 산자락에 있다. 묘코산 스키장은 파우더 스킹으로 이름났다. 홋카이도의 니세코가 파우더 스킹으로는 최고 명소지만 묘코 고원도 그에 못잖다. 그걸 증명하는 게 있다. 최근 묘코 고원을 찾기 시작한 호주 스키어다.
호주 스키어의 일본 스키휴가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화제다. 벌써 10년째 이어지는 이 ‘철새 현상’은 ‘저렴하고 설질 좋은 일본 스키여행’ 덕분. 5년 전부터는 개발업자까지 가세해 호주인을 대상으로 지은 콘도미니엄까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 일본인도 어안이 벙벙하다. 지난 시즌 홋카이도 니세코를 찾은 호주스키휴양객만도 3만 명에 이를 정도니 놀랄 만하다.
그런 호주 스키어가 지난해부터 이곳 묘코 고원을 찾기 시작했다. 이유는 파우더 스노다. 또 한 가지 있다면 지난 시즌 개업한 묘코스노스포츠의 톰 랭트리 덕분이다. 스키선수였던 그는 니세코에서 스키강사로 일하다가 지난 시즌 묘코 고원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 회사는 스키휴가를 온 호주인을 상대로 장비 렌털과 스키강습을 한다. 지난달 찾은 아카쿠라 간코 리조트 스키장 베이스의 사무실에서는 7, 8명의 호주 스키어가 일본인과 함께 일하고 있었다. 올 시즌에도 호주인이 많이 보였다. 묘코 시는 올 시즌 호주인 총 숙박수를 1만 박(泊·overnight)으로 전망했다. 지난 시즌은 6000박.
묘코 고원의 겨우내 적설량은 4∼5m다. 지난달 29일 현재 스키베이스의 눈 깊이가 이미 285cm였다. 온종일 40cm 강설은 우리에겐 폭설. 그러나 여기서는 일상사다. 밤새 그렇게 내린 다음 날 아침이면 슬로프는 여지없이 ‘파우더’로 변한다. 정설을 하지 못한 탓. 그러면 모두들 파우더 스킹을 즐기러 일찌감치 산에 오른다. 파우더 스키의 매력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온몸으로 눈 속을 헤치고 나갈 때 내 앞에서 부서지는 하얀 눈더미를 몸으로 느끼면서, 동시에 발로는 눈 속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처럼 부양과 침강을 반복하며 그 부드러운 활주를 만끽한다. 그런 파우더는 조심해야 한다. 위험해서가 아니다. 거기 빠지면 절대로, 절대로 딱딱한 슬로프에서 타는 스키에 만족할 수 없어서다. 더더욱 묘코 고원에서 탈출은 불가능이다.
○ 스기노하라와 아카쿠라 간코 리조트 스키장
묘코 고원의 일곱 스키장 가운데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 있다. 스기노하라 스키장이다. 이곳은 인공눈을 뿌리지 않는다. 시즌 내내 자연설 100%다. 그래서 시즌 개장이 좀 늦다.
12월 하순에야 문을 연다. 폐장도 3월 말이다. 하지만 설질 하나만큼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게다가 수시로 폭설급 눈이 내려 평상시에도 늘 파우더 스킹을 즐긴다. 또 하나 매력은 8.5km의 일본 최장 슬로프다. 해발 1855m의 리프트 정점에서 731m의 베이스까지 이어지는 이 눈길은 설경까지도 기막히다. 국내 스키장처럼 차도를 활용한 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스기노하라 최장 슬로프에서의 질주는 진정한 스키의 매력을 완벽하게 느끼게 해준다.
아카쿠라 간코 리조트 스키장도 스기노하라에 못잖다. 이곳의 특징이라면 직선으로 잘 정비된 넓고 시야 좋은 다양한 슬로프. 더더욱 매력적인 것은 해발 900m 스키슬로프 한 중간에 자리 잡은 아카쿠라 간코 리조트 호텔에서 묵는 것. 진정한 ‘스키 인 스키 아웃’형이다.
현관에서 스키 신고 곧바로 다운힐하고 호텔로 돌아올 때도 다운힐로 현관에 닿는다. 스키 인 스키 아웃형 호텔이 일본에 여러 곳 있어도 대개는 평지형이다. 한참 걸어야 리프트에 닿는다. 위아래 경사로에 자리 잡은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드물다.
○ 여행정보
◇묘코 시 ▽인터넷 △관광: www.myoko.tv △시정: www.city.myoko.miigata.jp △찾아가기 △나리타공항 출발: 나리타특급(NEX)∼도쿄역∼나가노신칸센(80분 소요)∼나가노역∼JR 신에쓰센(40분 소요)∼묘코고원역 △나가노역 출발: 매일 오전 셔틀버스 운행(12월 20일∼3월 29일·금요일만 오후 출발 추가)
◇묘코 고원 스키장 ▽아카쿠라 간코 리조트 △아카쿠라 간코 리조트 호텔: 1937년 일본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처음으로 지은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장풍 럭셔리 호텔. 산과 호수로 둘러싸인 묘코 시의 풍광 감상에 좋으며 객실에서 해맞이 한다. 아카쿠라 온천이 물을 끌어온 럭셔리 스파, 정통 프랑스 요리를 내는 레스토랑도 명물. △묘코스노스포츠: 호주인 톰 랭트리와 일본인 오조미 랭트리 부부가 지난 시즌부터 운영 중인 국제스키학교 겸 렌털 숍. 호주에서 온 스키 휴양객과 영어권 고객 대상으로 영어로 강습. 키즈 스쿨도 운영해 영어 말하기 연습에 관심 있는 한국인 가족 스키어에게 권한다. 직원은 호주인 8명과 일본인 7명. www.myokosnowsports.com 현지 전화 0255-87-3560
◇문의 △니가타 현 한국사무소: www.niigata.or.kr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 www.welcometojap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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