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日도 놀라워하는 한국웹툰의 인기, 출판만화 시장은 언제쯤 볕들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7일 일본 아사히신문의 월요일자 특집면 ‘글로브’에 ‘일본을 공격하는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한국의 웹툰을 다룬 기사였다.

기사는 “일본의 휴대전화 만화는 유료지만 한국의 웹툰은 무료다” “스크롤을 해서 웹툰을 읽다 보면 ‘전자종이연극’을 보는 듯하다” “웹툰을 연재하는 ‘다음’의 경우 페이지뷰가 주당 1억5000만 회에 이른다”는 등의 내용을 소개했다. 또 “편집자의 입김 없이 그리고 싶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고 한국 웹툰의 특징을 설명했다.

기사에는 한국 웹툰에 대한 놀라움이 곳곳에서 비쳤다. 한국보다 만화시장이 훨씬 발달한 일본의 기자가 왜 이렇게까지 한국 웹툰에 놀라워하는지 궁금했다.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지난해 말 한국을 다녀간 아사히신문 기자의 통역자와 연락이 닿아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역자에 따르면 이 기자는 일본에선 찾아보기 힘든 웹툰이 한국에서 크게 성장한 사실에 우선 놀라움을 나타냈다. 또 많은 작가가 별 제한 없이 자신의 작품을 올린다는 사실, 그 과정을 통해 인기 작가가 양성되는 시스템에 주목했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의 설명을 들으니 그 기자의 반응이 이해가 됐다. 한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도 일본에도 한국처럼 발달한 웹툰은 없다. 한 교수는 “스크롤을 해서 보는 웹툰은 수평으로 보던 만화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스크롤 만화’는 영화의 스토리보드 같은 형식으로 제작돼 영화로 옮기는 데도 쉽다는 설명이었다.

만화강국보다 앞섰다는 사실이 뿌듯했지만 마냥 으쓱해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 교수의 설명을 빌리자면 웹툰의 발달이라는 명(明)의 반대편에는 출판만화의 사양이라는 암(暗)이 있다. 만화 작가로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명(明)이 있지만 조회수를 의식하다 보니 거친 만화가 많아졌다는 암(暗)이 존재한다. 한 교수는 “잡지 연재에 비해 시간 여유가 없어 캐릭터나 대사 중심의 작품이 많아진 반면 장기적 기획에 따른 서사가 부족해졌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출판만화 시장이 다시 생각났다. 예전 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일본 독자들은 여전히 만화를 사서 본다. 그런 출판만화 시장이 살아 있어서 우라사와 나오키처럼 호흡이 긴 작품을 그리는 작가들이 버틸 수 있다. 탄탄한 서사를 갖춘 일본 만화들은 실사영화나 드라마로 잇따라 만들어진다.

웹툰 쪽만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만화는 어떤 길을 걷게 될까. 한 교수는 “윤태호 황미나처럼 서사성 강한 만화가들이 웹툰에 가세하면서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그의 말처럼 한국의 웹툰이 외형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한층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로 만들어져 호평받은 윤태호 작가의 ‘이끼’ 같은 작품이 앞으로도 연이어 나와 주기를 바란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