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탄생 마거릿 윌리스 지음·이상원 옮김 408쪽·2만5000원·황소자리
◇어느 책 중독자의 고백 톰 라비 지음·김영선 옮김·현태준 그림 312쪽·1만4000원·돌베개
고대 로마의 박물학자 플리니우스는 책 읽기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찾았다.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 포프는 수다를 떠느니 책을 읽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은 2대 대통령을 지낸 존 애덤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난 책 없이는 살 수가 없네”라고 썼다.
독서에 관한 일화는 책의 역사만큼 무궁무진하다. 그런 일화가 끊임없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시대가 바뀌고 장소가 달라도 독서의 중요성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최근 쏟아져 나온 ‘책에 관한 책’ ‘독서에 관한 책’ 중에서 ‘독서의 탄생’은 인쇄도서가 보급되기 시작한 16세기부터 현재까지 500년에 걸친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을 끔찍이 사랑하는 귀족, 값싼 소설로 삶의 고단함을 씻어냈던 노동자, 최신 도서를 입수하지 못해 안달하는 시골 유지 등 시대와 지역을 대표하는 책벌레들을 통해 책과 독서의 역사를 살폈다.
저자가 가장 먼저 초대하는 곳은 16세기 영국 튜더 시대의 유한마담 베스 해드윅의 서재다. 네 차례의 결혼으로 큰 부를 이룬 베스에게 책은 방을 꾸미는 가구와 같은 존재였다. 그는 저택을 책으로 채웠고 책장 주변을 값비싼 자수나 조각품으로 장식했다.
“책 없이 살 수 없다”고 고백했던 제퍼슨도 책 수집광이었다. 그는 평생 네 곳의 도서실을 꾸몄다. 두 번째 도서실은 1815년 의회도서관 건립 때 정부에 팔렸다. 당시 신대륙에선 책을 구하는 게 어려웠지만 제퍼슨은 영국의 최신 출판정보를 입수해가며 6000권이 넘는 장서를 모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주변의 책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아주 최근까지 책은 대단히 귀한 물건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백 년 동안 영국 정부는 교회 등과 손잡고 검열, 출판업 독점, 경제적 규제 등을 통해 ‘지식 권력’을 통제했다. 그러다 가죽정장의 고급 판본을 벗어난 값싼 소책자 형태의 소설이 유행함으로써 책이 대중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 ‘독서의 탄생’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의 유래도 알려준다. 16세기 유럽의 도서가 거래된 곳이 바로 프랑크푸르트였다. 다른 도시와 달리 복잡한 관세가 없었고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모두에 종교적 관용을 베풀었다는 점, 유럽 전역에서 접근하기 좋은 위치라는 점 때문이었다.
‘독서의 탄생’에 등장하는 책 애호가들보다 책에 빠진 정도가 더 심한 사람이 있다. ‘어느 책 중독자의 고백’을 쓴 저자다. 신문사, 출판사 등에서 일했던 저자는 자신의 ‘책 중독 인생’을 유머러스한 문체로 들려준다.
그의 고백을 보자. “읽지 않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뭐라 형언하기 힘든 어떤 이유에서 순간적으로 우리의 영혼이 꿰찔리고, 그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 가방에서 그 책들을 꺼내며 ‘어째서, 왜’ 하며 의아해한다.”
그에 따르면 책 중독자들은 책을 사야 하는 이유를 어떻게든 찾아낸다. 책 중독자들은 그 책을 서가에 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지적 성장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책 중독자들은 괜히 책을 샀다는 자책에 빠지기 마련이지만 그 고통을 덜기 위해 다시 책을 산다.
■ ‘어느 책 중독자의 고백’
저자는 책 중독자의 존재 이유를 두 가지로 꼽는다. ‘책을 사는 것’과 ‘읽는 것.’ 책 중독은 삶을 가치 있게 만들지만 삶의 질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책 중독자들을 빈곤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영국의 문인 조지 기싱은 책방 바깥에 서서 ‘야채를 곁들인 고기’를 먹고 책을 포기할 것이냐, ‘버터 바른 빵’ 쪼가리 하나 먹고 책을 한 권 살 것이냐를 고민했다.
책에 대한 집착이 연애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책 중독자들이 생각하는 완벽한 데이트란 이런 모습이다. ‘두 사람이 무릎을 비추는 전등이 딸린 소파 두 개를 약간 떨어뜨려 놓은 채로 앉아서 각자 다른 책을 읽는 것.’
저자는 책을 둘러싼 공간과 독서 문화, 출판 산업 전반을 구석구석 파헤친다. 장소의 한계를 극복하고 책 읽기, 책의 정리와 보관법, 빌려준 책 되돌려 받기에 대한 팁도 제공한다. 그런 얘기 끝에 내놓는 결론은 이렇다.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단 하나다. 걱정 말고 즐겨라. 책을 많이 사들여라. 그래서 심한 곤경에 빠져 다시는 책을 사고 싶지 않을 때까지.”
이 밖에 독서를 주제로 한 신간으로 ‘1만 페이지 독서력’(윤성화·한스미디어)이 눈에 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저자는 “1년에 1만 쪽을 읽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1만 쪽을 365일로 나누면 하루에 읽을 분량은 27쪽가량이다. 일반적인 책의 분량이 270쪽 정도이므로 하루 27쪽씩만 읽어도 1년에 37권 가까운 책을 읽게 된다.
‘이별 리뷰’(한귀은·이봄)도 독서에 관한 책이다. 국어교육과 교수로 ‘책 세러피(bibliotheraphy)’ 전문가인 저자는 이별의 단계에 따라 읽을 만한 책을 권한다. 실연 이후의 현실을 부정하는 상황에선 전경린의 ‘물의 정거장’, 하성란의 ‘곰팡이 꽃’을 읽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최인호의 ‘타인의 방’을 읽으며 마음껏 분노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32편의 문학작품을 내미는 저자는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나만의 이별이 아니라 그들의 이별을 공유함으로써 마침내 이별에 대한 다중의 소실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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