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가인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 16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오늘은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지 2년이 되는 날입니다. 선종 2주기를 기념해 다양한 행사가 열렸는데요. 시대의 큰 어른이었던 김 추기경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요. 신광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현장음) "추기경님은 가셨지만 저희는 아직 보내지 못했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그 말씀 여전히 생생히 들려옵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 맞아 추모객들이 명동성당 앞에 모였습니다.
김 추기경이 장기기증을 장려하기 위해 설립한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회원들입니다.
(인터뷰) 추모객 "추기경님이 우리 아이들 머리 쓰다듬어 주시면서 그렇게 예뻐하셨어요. 돌아가신지 2년이 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그 때 기억들이 너무 생생해요."
군사독재 시절 철권통치에 맞선 민주화 운동의 영적 지도자였던 김 추기경은 특유의 소탈함으로 서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졌습니다.
또 생명의 소중함은 그가 평생 간직해온 소신이었습니다.
(육성) "한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예수님도 그것을 위해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김 추기경은 지난 2009년 2월 16일 향년 87세로 선종하면서 일생동안 그가 실천으로 보여줬듯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 말과 함께 "앞 못 보는 이에게 빛을 보여주고 싶다"며 각막을 기증해 두 사람이 새로 눈을 떴습니다.
(스탠드업) 신광영 / 동아일보 뉴스제작팀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가장 큰 울림은 생명 나눔의 메시지였습니다. 마지막 길을 떠나며 각막을 기증한 그의 헌신에 많은 사람들이 장기 기증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김 추기경 선종 직후 장기 기증 신청이 급증해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집계한 2009년 희망자 수는 전년보다 2.5배 많은 18만5000여명에 달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열풍이 다소 누그러져 12만4000명으로 줄었지만 8만 명 안팎이었던 예전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습니다.
(인터뷰) 윤경중 /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명운동부장 "추기경님이 각막이식을 하고도 편안히 잠드시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아 장기기증을 하고도 저렇게 편안히 갈 수 있구나 하는 믿음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각막 등 장기이식 열풍은 어둠 속에서 살아온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습니다.
(인터뷰) 설경환 / 천문우주기획 연구원 "완전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죠. 한 순간 한 순간이 정말 소중합니다."
앞을 보지 못했던 설 씨는 각막이식 후 포기하려 했던 우주과학자의 꿈을 이뤘습니다.
나로우주센터 천문대를 만드는 작업에도 참여했던 그는 현재 우주를 관찰하기 위해 천체 망원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설경환 / 천문우주기획 연구원 "제가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을 위해서라도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이 분야의 최고가 되고 싶어요."
설 씨처럼 각막이식을 받아 새 인생을 시작한 사람이 지난 2년 간 657명에 달합니다.
김 추기경은 지난 2007년 직접 그린 자화상 밑에 '바보야'라는 세 글자를 적었습니다.
스스로를 '바보'라고 낮췄던 고인이 몸소 실천했던 사랑의 정신은 오늘을 사는 진짜 바보들에게 여전히 진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