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취재차 길상사에 갔다가 큰 인상을 받았어요. 요정이던 곳이 김영한 씨의 기부로 절로 변하고, 그곳에서 스님과 불자들이 공양하는 모습을 봤죠. ‘나눔의 요체’인 길상사의 모습을 앵글에 담고 싶었습니다.”
법정 스님 1주기(28일)를 맞아 이번 헌정 사진집을 낸 저자(본명 이종승)는 길상사와 법정 스님을 찍게 된 연유를 이렇게 밝혔다. 동아일보 사진부 차장으로 근무 중인 저자는 취재 이후 매일 길상사를 찾아 108배를 한 뒤 스님과 불자들을 찍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오전 5∼6시에 길상사에 들렀고 일요일이면 거의 하루 종일 머물렀다. 2008년 2월까지 이 생활을 반복했고, 업무상 지속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틈이 날 때마다 들렀다. 당시 길상사 주지였던 덕조 스님은 저자에게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와 사진을 찍는 것 같다”며 ‘일여(一如)’라는 불명(佛名)을 주기도 했다.
저자의 블로그(www.urisesang.co.kr)에는 길상사의 사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가 찍은 길상사와 법정스님 사진은 수만 장에 달한다.
“매번 다르게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게 고민이었죠. 하지만 3, 4년쯤 지나자 예전에 보지 못하던 법정 스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뒷짐을 지고 손가락을 튕기는 버릇이 있던 거친 손, 풀을 먹여 빳빳하게 날을 세운 행전(종아리에 차는 헝겊) 등 법정 스님의 모습은 한참 뒤에야 앵글에 담을 수 있었다. 사진집에는 고르고 고른 법정 스님 관련 사진 18점이 동영상 DVD와 함께 들어있다. 판매수익금은 법정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활동하는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에 기부하기로 했다. 3월 2∼8일 ‘법정 스님 입적 1주기 사진 전시회’를 서울 종로구 관훈동 토포하우스(02-734-7555)에서 연다.
“법정 스님의 모습을 담으려는 여러 사진기자가 있었지만 스님은 ‘사진을 찍지 마라’고 제지하기도 하셨어요. 그런 스님이 왜 저에게만 촬영을 허락하셨는지 아직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저자는 요즘 전국을 돌며 사찰을 찍고 있다. “길상사를 보면 ‘나눔’이 떠오르듯 사찰을 통해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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