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은 단순히 불교 문화재가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자랑스러운 민족유산이자 세계 3대 여행기 중 하나로 우리 모두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지켜야 할 세계적 보물입니다.”(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전시 관람을 통해 불교 개신교 천주교 민족종교 등 각 종교의 역사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 교류를 확대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천도교 임운길 교령)
7대 종단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의 종교지도자들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세계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을 관람했다. KCRP 회장인 천주교의 김희중 대주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 천도교 임운길 교령, 최근덕 성균관장 등 20여 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원불교의 김주원 교정원장은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관람은 자승 스님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조계종 측은 “종교인들이 함께 모여 왕오천축국전과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불교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한국 사람들이 지닌 신심(信心)의 깊이가 가슴에 와 닿아 참 좋았다”며 “이렇게 종교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진정한 코이노니아(koinonia·협동 또는 친교)”라고 화답했다.
종교지도자들은 특히 신라 승려 혜초(704∼780년경)가 727년 완성한 왕오천축국전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최 성균관장은 “보기 드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길로, 유교도 이 안에 함께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전시를 둘러본 뒤 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로비에서 간단한 다과회가 열렸다. 김 대주교는 “문화는 오랜 세월 축적되어 만들어진 하나의 결실로, 어떤 문화에 대해 함부로 피상적인 판단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많은 분들이 직접 왕오천축국전을 보면서 기록문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전설이나 구전으로만 듣던 이야기들을 직접 눈으로 보니 정말 살아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고 감동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왕오천축국전을 세계 최초로 공개 전시하는 자리. 지난해 12월 한국에 들어온 왕오천축국전은 17일 프랑스로 돌아간다.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은 4월 3일까지 계속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