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법정 스님 1주기 법회에서 길상사의 본사인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은 추모 법어로 스님의 삶을 기렸다.
이 행사는 개회사에 이어 삼귀의, 큰스님을 기리는 불교의식인 ‘종사 영반’, 추모영상 상영, 추모 법문과 추모사 등의 순으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송광사 동당 법흥 스님·주지 영조 스님·유나 현묵 스님, 봉은사 주지 진화 스님을 비롯해 원택 현봉 현고 현장 스님 등 스님들과 신도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자승 스님은 추모사를 통해 “법정 스님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맑고 향기로운 삶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라’는 스님의 말씀대로 간절히 해답을 찾을 때 이 세상은 향기로운 메아리로 가득 찰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들은 극락전과 소강당에 설치된 대형 TV 화면을 통해 법회를 지켜봤고 법정 스님의 생전 모습과 다비식 등을 소개한 영상이 나올 때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이곳에서 만난 안 미카엘라 수녀(65)는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 등 세상에 큰 깨우침을 주던 어른들이 세상을 떠나 안타깝고 그립다”고 말했다.
새 주지로 소개된 법정 스님의 다섯째 상좌 덕운 스님은 최근 길상사를 둘러싼 잡음을 의식한 듯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은사에게 참회한다”며 “앞으로 길상사가 은사 스님의 뜻에 입각해 화합하고 수행하는 곳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법회엔 맏상좌 덕조 스님 등 6명의 상좌가 참석했으며 길상사와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의 운영 방식을 비판하며 주지에서 물러난 덕현 스님은 참석하지 않았다.
법정 스님의 생전 법문 때와 입적 당시에는 수천 명이 몰렸지만 이날은 예상보다 적은 신도들이 참석했다. 가톨릭 신자인 한정순 씨(56)는 “종교가 다르지만 법정 스님의 말씀이 귀해 법문 때마다 길상사에 왔다”며 “누구보다 큰스님의 뜻을 잘 받들어야 하는 스님들이 왜 신도들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