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뒤 그는 생업전선에 뛰어들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20여 년이 지난 뒤에는 번듯한 식당의 주인이 되어 경제적 안정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자신의 무지에 대한 결핍과 열등감이 부아처럼 끓어올라 그를 괴롭혔습니다. 늦은 나이에 학업을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지식에 대한 결핍감을 해갈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1만 권의 책을 읽겠노라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식당을 맡기고 날마다 도서관으로 가 하루 8시간씩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10년 동안 그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돌을 씹는 기분으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을 해독하고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무지의 영역을 지식의 영역으로 넓혀나갔습니다. 그리하여 10년이 지난 뒤 그의 지식은 놀라울 정도로 축적되어 다방면에 박학다식한 견해를 드러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나와 생업에 종사하며 단순해진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지식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게 되자 그는 다시 태어난 듯한 기분으로 당당하게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술자리에서는 항상 대화를 주도하며 사람들의 어리석음과 무지를 현란한 지식으로 무차별하게 질타했습니다. 잦은 다툼이 생기고 주변에 머물던 사람이 하나둘 그의 곁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무지해서 그렇다고 강변하며 자신의 태도를 고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사람들을 깔보고 무시하는가, 어느 날 그의 아내가 그의 태도를 비난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아내를 못 배우고 무식한 여자라고 질타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교양 없는 여자와 사는 게 지긋지긋하다며 취중에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아내마저 아이들을 데리고 그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문제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은 채 날마다 술을 마시며 세상 사람의 무지와 무식을 탓하고 힐난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의 독서와 그것을 통해 얻은 지식이 결국 그로 하여금 모든 것을 잃게 만든 것입니다.
조선 후기의 문장가인 항해 홍길주 선생은 “문장은 다만 독서에 있지 않고 독서는 다만 책 속에 있지 않다”고 일갈했습니다. 천지간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읽어내는 것이 진정한 독서라는 견해입니다. 독서가 단지 책을 읽는 행위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 그것이 단지 지식을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지적에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독서행위요, 타인의 인생과 교류하는 것도 역시 독서행위입니다.
지식은 무한하게 쌓을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지혜가 되지는 않습니다. 지식은 그것 자체로 완전성을 얻지 못하지만 지혜는 하나이동업 그림 제공 포털아트로 삼라만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일맥상통의 근원이 됩니다. 학벌이 좋고 박학다식한 사람은 많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지식과 지혜의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고 진정한 독서의 길에 눈을 떠야겠습니다. 진정한 독서의 길, 그것은 책이 아니라 인간과 인생을 읽는 길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