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학계가 큰 슬픔에 빠져 있다. 2월에만 프랑수아 누리시에(84)와 앙드레 셰디드(90)라는 두 명의 거목을 잃었기 때문이다.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마지막 거인이었던 누리시에 전 아카데미공쿠르 회장은 존경과 질시를 한 몸에 받아온 문단의 ‘살아있는 권력’이었다. 파킨슨병에 시달려온 그가 오랜 투병 끝에 2월 15일 세상을 떠나자 그의 친구이자 현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장 도르메송은 “누리시에는 출판계의 교황이었고 프랑스 문학계의 교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정치대, 소르본대에서 공부한 뒤 1951년 소설 ‘뿌연 물(L'Eau grise)’로 등단했다. 창작과 비평을 병행하며 승승장구해 1977년 아카데미공쿠르 회원이 됐다. 처녀작 ‘뿌연 물’은 194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열정 없이 결혼한 한 젊은 부부가 겪는 인간관계의 도덕과 풍습을 그린 작품이다. 누리시에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억척스럽게 문학을 사랑했던 한 고집스러운 인간의 삶을 섬세하면서도 차갑게 묘사한 ‘작은 부르주아(Un petit bourgeois·1964년)’로 문단의 극찬을 받는다. 이 작품은 누리시에의 자화상이었다.
그가 지난해 ‘지도와 영토’로 공쿠르상을 수상한 미셸 우엘베크를 일찍부터 점찍었던 건 잘 알려져 있다. 2004년 최대 화제작이던 우엘베크의 ‘플랫폼’이 작가의 반이슬람 발언 논란 속에서 최종 후보작에서 탈락하자 누리시에는 마지막 표결에서 심사대상도 아닌 ‘플랫폼’에 한 표를 던져 화제가 됐다.
1990년대 후반 문단의 절대권력으로 부상한 누리시에에 대해 소설가 장마리 라클라베틴은 “그가 방어해야 할 이익과 쓰러뜨려야 할 적, 그리고 마지못해 그에게 돈을 갖다 바쳐야 할 출판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결국 패가망신할 것”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다. 이에 누리시에는 “어쩔 수 없이 50년 동안 인형극을 공연하다 보면 무대를 떠나주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며 거장다운 대꾸로 일갈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누리시에의 위대한 작품들은 내면 투쟁의 그림자였다. 프랑스는 그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월 6일 눈을 감은 앙드레 셰디드는 열정적인 글쓰기를 통해 프랑스 문학의 어머니로 남은 ‘이방인’이었다. 레바논계로 이집트 카이로에서 태어난 그는 1946년 프랑스 국적을 획득한 뒤 남편과 파리에 정착했고 생전에 20여 권의 장편소설과 두 권의 시집을 비롯해 수십 편의 동화와 연극 시나리오, 노래 가사까지 남겼다.
셰디드를 세상에 알린 건 세 번째 장편 소설 ‘여섯 번째 날’(1960년). 자신이 태어난 카이로를 배경으로 가난하고 어려운 삶 속에서 만나고 이별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1986년에 영화화되기도 했다. 셰디드에게 존재했던 이집트와 중동이라는 또 다른 조국은 그의 시집 제목 ‘두 개의 나라’처럼 평생의 문학 활동을 지배한 화두였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그의 죽음에 “이집트에서 태어나 프랑스 문학의 수호자가 됐던 인물”이라고 경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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