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보려면 어른 키보다 작은 출입구로 몸을 숙인 채 들어가야 한다. 어두컴컴한 실내로 들어서니 장난감 크기의 모형 기차들이 눈높이로 높게 설치된 나무 구조물 위로 끝없이 달리고 있다. 기관차에 매달린 15량의 기차는 어디가 시작인지 끝인지 알 수 없는 궤도를 따라 순환하고 그 속에 푸른빛을 뿜어내며 숫자 1∼9를 나타내는 발광다이오드(LED) 디지털 카운터가 장착돼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꼼데가르송 매장 지하에 개관한 갤러리 ‘Six’에서 열리는 일본의 미디어 설치작가 다쓰오 미야지마 씨(54)의 ‘타임 트레인’전이다. 모형 기차는 1932∼45년 독일에서 운행했던 증기기관차를 정교하게 재현한 것으로 숱한 유대인이 이 기차에 실려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다. 작가는 출발역도, 종착역도 없이 무한질주하는 기차를 통해 ‘유대인의 죽음을 향한 질주’라는 인류의 비극을 환기하는 동시에 삶과 죽음, 환생이란 주제를 은유한다. 정치적 메시지와 더불어 인간사의 보편적 주제를 폭넓게 아우르는 작가의 역량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 전시는 독일과 일본을 거쳐 서울에 왔다. 기차에서 각기 다른 속도로 깜박이는 숫자는 지속성과 영원히 순환하는 삶이란 개념을 담고 있으며 삶과 죽음 사이에 방황하는 영혼을 상징한다. 5월 1일까지. 02-749-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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