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킷슨’은 스타일리시한 옷과 액세서리를 파는 패션숍이다. 스타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패션 상품만 취급해도 부족할 게 없는 곳이지만 킷슨은 최근 새로운 상품에서 수입원을 찾았다. 바로 책이다. 지난해 이곳에서 판매한 책은 10만 권 정도. 2009년의 두 배다. 책이 잘 팔리자 출판사들도 킷슨을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킷슨의 경우처럼 옷, 아웃도어용품 등을 판매하는 전문 매장에서의 책 판매가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보더스, 반스앤드노블 등 대형 체인서점들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판사들이 판로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유명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지난해 가을 뉴욕 맨해튼에 북마크라는 숍을 열고 책 판매를 시작했다. 패션숍 앤트로폴러지가 취급하는 책은 2003년 25종에서 현재 125종으로 증가했다. 패션업체 콜드워터크릭, 아웃도어 스포츠 매장인 배스프로숍 등도 책 판매 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출판사들로선 이런 매장이 비록 서점은 아니지만 책 실물을 진열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대환영이다. 온라인 서점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책을 소비자에게 노출시키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매장에서 책을 판매하는 것은 새로운 독자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좀처럼 서점에 가지 않던 사람들이 옷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고 책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페르세우스북스그룹의 경우 지난해 서점이 아닌 매장에서의 책 판매량이 서점 체인인 보더스에서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페르세우스북스그룹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스테인버거 씨는 “전국적 체인서점을 통해 책을 유통하는 것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출판사도 서점 이외의 매장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에이브럼스가 서점이 아닌 매장에서 판매한 책은 전체 매출의 15%. 2, 3년 안에 25%까지 성장할 것으로 이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킷슨의 사례와는 반대로 원래 서점이던 곳이 책 아닌 상품의 비중을 늘려 출판시장의 변화에 대처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 미시간의 인터넷뉴스 엠라이브닷컴이 소개한 슐러북스앤드뮤직이 대표적이다.
미시간 그랜드래피즈에 있는 이 서점은 책 외에 스카프, 부엌용품, 보드게임 등 수십 가지 물건을 판매한다. 인근의 대형 체인서점이 문 닫는 상황에서 생존전략으로 판매 제품의 다변화를 택한 것이다. 여전히 매출의 60∼65%는 책 판매에서 나온다.
29년 전 남편과 슐러북스를 창업한 세실 씨는 “5년 뒤 서점이 어떤 모습일지 말하는 것은 어렵다. 차세대 서점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책을 사면서 선물을 고르고, 선물을 사러 와서 책을 사는 모습이 서점의 한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슐러북스는 이를 위해 책과 어울릴 수 있는 물건들로 취급 상품의 영역을 최대한 넓힐 계획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