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06>거빈하시고 踰梁山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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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맹자는 등文公(등문공)에게 약소국이 외적의 침략을 받았을 때 대처하는 한 가지 방도로 백성들의 안전을 위해 영토를 내어주고 이주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때 맹자는 옛날 周나라 조상이었던 大王(태왕)이 빈 땅에 거주할 때 狄人(적인)의 침략을 받자 부득이 岐山 아래로 이주했던 사실을 예로 들었다. 위의 문장은 앞에 이어 大王이 빈 땅을 떠나 기산으로 이주한 과정을 이야기 식으로 풀어 보인 것이다. 맹자에 따르면 大王은 耆老(기로), 즉 원로들을 모아놓고, ‘君子는 不以其所以養人者로 害人이라’는 교훈의 말을 거론하고, 자신이 빈 땅을 떠나면 새로운 군주를 세우면 되므로 내가 없어진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켰다고 한다.

梁山은 섬서성(陝西省) 건현(乾縣) 경계에 있다고 한다. 邑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마을을 만든다는 말로, 명사에서 동사로 품사 전성한 것이다. 居焉은 거기에 거처하다는 뜻으로, 焉은 지시사와 종결사의 결합이다. 빈인은 먼저 거처하던 빈 땅의 사람들을 가리킨다. 仁人也는 大王을 두고 어진 사람이라고 한 말로, 주어가 생략되었다. 不可失也는 잃어서는 안 된다는 말로, 놓칠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從之者는 大王을 따르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如歸市란 시장에 물건을 사려고 사람들이 모이듯이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거빈이라 하면 훗날 군주가 난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뜻의 蒙塵(몽진)을 뜻하게 되었다. 大王이 去빈할 때는 많은 백성이 그를 추종했지만, 역사상 蒙塵의 군주를 따른 백성들이 과연 얼마나 되었던가. 어질지 못한 군주의 말로는 쓸쓸하기 짝이 없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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