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08>魯平公이 將出할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4일 03시 00분


‘양혜왕·하’의 마지막 장인 제16장의 시작이다. 이 장에는 맹자 이외에 魯(노)나라의 군주 평공, 평공의 총애를 받는 臧倉(장창)이란 가신, 맹자의 제자로서 노나라 정치에 참여하고 있던 樂正子(악정자) 등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노나라 평공이 해당 관리에게 갈 곳을 명령하지 않은 채 수레를 준비시키고는 맹자를 만나러 가려고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때 장창이 노평공에게 대체 누구를 만나러 가시느냐고 묻는다. 노평공이 맹자를 만나러 가는 것을 미리 알고서 훼방하려고 한 것이다. 악정자가 물러나와 맹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자, 맹자는 聖賢(성현)의 出處(출처·세상에 나가 쓰임과 현실로부터 물러나 재야에 있음)는 天命에 의한 것이지 人力으로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將出의 將은 ‘장차 ∼하려고 하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嬖人(폐인)은 각별히 총애를 받는 가신을 말한다. 他日은 과거나 미래를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과거를 가리킨다. 命有司所之에서 命은 ‘∼에게 명령하다’, 有司(유사·관리)는 명령을 받는 사람, 所之(소지·갈 곳)는 명령의 내용이다. 乘輿(승여)는 후세에는 천자의 탈것을 가리키지만 先秦(선진·진나라 통일 이전) 시기에는 구별이 없었다. 駕는 말에 멍에를 씌워 수레와 연결하는 일이다. 여기서는 乘輿가 주어이므로 駕는 피동의 뜻을 지닌다. 敢請은 ‘어디에 가시는지 감히 여쭙겠습니다’라는 뜻을 줄여 말한 것이다. 어진 인물이 있다고 해도 그가 현실공간에서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진 인물이 이상을 실현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것은 國運(국운)의 盛衰(성쇠)와 깊은 관련이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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