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하모니카 연주부터 현대무용까지 1인 8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댄스콘서트 ‘킥-차인 사람들의 러브노트’
연출 ★★★☆ 안무 ★★★★

‘킥-차인 사람들의 러브노트’는 윤석기 씨
(아래)와 김재덕 씨가 함께 춤을 추며 노래하
는 등 ‘댄스콘서트’를 표방한다. 강기호 제공
‘킥-차인 사람들의 러브노트’는 윤석기 씨 (아래)와 김재덕 씨가 함께 춤을 추며 노래하 는 등 ‘댄스콘서트’를 표방한다. 강기호 제공
안무가, 연출가, 무용수, 가수, 작곡가, 작사가, 하모니카 연주자, 이야기꾼…. 60분짜리 공연에서 혼자 소화해낸 역할만 8가지다. 16∼20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 모던테이블의 댄스콘서트 ‘킥-차인 사람들의 러브노트’는 반짝이는 재능이 한데 응집돼 폭발하는 에너지로 가득 찬 공연이었다.

1인 8역을 수행한 주인공은 현대무용 안무가 김재덕 씨. 공연에 사용된 사운드트랙을 모두 직접 작사, 작곡했다. 춤을 추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또 하모니카를 꺼내 연주를 한다. 공연 중반을 넘겨서는 남녀의 이별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익살스레 들려준다. 음악의 장르도 다종다양하다. 무용, 솔, 판소리, 록, 랩까지 아울렀다. 특히 ‘갈라져’ ‘너클 마인드’ 등의 곡은 솔 음악에 각각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와 쑥대머리를 섞어놓은 재치가 돋보였다. 현대무용에 갇히지 않고 힙합댄스와 한국무용은 물론이고 태권도 같은 무술 동작의 흔적까지 엿보이는 안무 역시 역동적이고 강렬했다.

공연은 이별에 관한 노래 여러 곡을 펼쳐놓고 춤을 함께 선보이는 형태로 진행됐다. 김 씨를 포함한 6명의 무용수들은 대중가요 무대처럼 무용수들이 백댄서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춤과 노래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서로 더욱 돋보이도록 했다. 소리꾼 윤석기 씨가 등장해 노래하는 장면에서 김 씨와 윤 씨가 서로의 체중을 이용해 함께 춤추고, 마이크를 빼앗았다 다시 받는 등 동작이 리듬이 되어 노래로 이어지는 식이었다. 이별의 고통에 몸을 뒤트는 듯한 동작에서 소리를 뱉어 노래가 되고, 이 노래에 맞춰 다시 춤을 추며 안무를 구성했다.

마지막 드러머와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가 등장해 록 음악을 선보일 때까지 공연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지 않고 달려간다. 다만 공연 도중 여자 마네킹에 조명을 얹어놓는 장면 등 몇몇 부분에서는 안무의 의도를 더 선명히 보여주거나, 넘치는 아이디어를 적절히 잘라내는 연출의 묘가 필요해 보였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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