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베이스캠프’의 첫 공연에서 넘치는
에너지로 무대를 채운 밝넝쿨 씨의 ‘헨델과
그레텔’.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전혀 반대의 매력을 지닌 두 작품이 한무대에 올랐다. 관객에겐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25,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국립현대무용단 안무가 베이스캠프’ 첫 공연. 안무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여섯 작품 중 김성용 씨의 ‘가라앉다’와 밝넝쿨 씨의 ‘헨델과 그레텔’이 잇달아 선보였다.
김 씨의 솔로 ‘가라앉다’는 영상과 음악, 춤이 한데 움직일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작품이었다. 흰색 무대 바닥은 영상을 비추는 스크린이었다. 김 씨는 그 위에 엎드린 채 등장했다. 스스로 영상의 일부가 돼 스크린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공연이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기계가 폭주하듯 다양한 색조의 영상과 ‘어둠 속 침몰’ ‘I need white light’ 등의 문구가 빠른 속도로 스크린 위로 쏟아졌다. 한가운데서 몸부림치듯 춤추는 김 씨의 모습은 영상에 묻혀 사라졌다가 다시 보이기를 반복했다. ‘자아 찾기’라는 다소 상투적인 주제의식이 적절한 이미지로 표현되는 순간이었다.
영상이 끝남과 동시에 김 씨는 무대 위로 쓰러졌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그대로 그의 그림자만 남았다. 무용수는 말 그대로 스크린 속으로 가라앉았다.
‘헨델과 그레텔’은 결말의 해방감까지 관객을 기다리게 하는 ‘가라앉다’와 달리 처음부터 쿵쾅대는 음악으로 관객을 놀라게 했다. 원시부족을 연상케 하는 복장의 무용수 6명이 등장했다. 숲 속에 버려진 채 그 속을 헤매고 다녔을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주인공들을 연상시켰다. 그들은 음악 없이 무술영화에서 합을 맞추듯 코믹하면서도 야성적인 동작을 선보이더니 이내 클래식 작곡가 헨델의 음악에 똑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원시적인 동작과 아름다운 선율이 한데 어울렸다. 작품은 무용수들이 춤출 때마다 산산이 흩어지는 땀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며 투박하게 전진해 나갔다.
‘가라앉다’는 영상과 음악이 함께하는 ‘첨단’이되 춤은 간결했다. ‘헨델과 그레텔’은 움직임 하나로 모든 것을 말했지만 그 움직임에 힘이 넘쳤다. 상반된 성격을 지녔지만 작품의 일관성과 완결성은 일치했다. 관객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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