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애인과 치명적인 사랑의 끝은 ‘데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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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9일 18시 26분


의사이자 성공한 정치인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던 50대 남자.

아름다운 아내와 사랑스런 두 자녀를 둔 그는 “내 스스로의 선택으로
야망을 모두 이뤘다. 축복받고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그녀가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안나를 만난 후 그는 스스로의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났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그녀를 만나기 이전의 삶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의사이자 정치가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그저 감정을 가진 한 인간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삶은 다시 시작됨과 동시에 끝나버린다. 안나는 바로 아들 마틴의 연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사랑함으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가족에게 줄 상처가 어떤 것일지 알면서도 그는 안나를 향한 마음을 접을 수 없었다. 스스로의 의지로 욕망과 열정을 제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잃는다는 것은 겨우 찾은 자신의 진정한 삶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나 또한 그 사실을 알기에 그를 거절하지 못한다.

멈출 수 없는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감정은 더욱 깊어만 간다. 둘 중 누구도 잃을 수 없었던 안나는 결국 마틴과 결혼해 ‘정상적인 삶’을 누림과 동시에 남자와의 관계도 유지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목격한 마틴이 충격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고, 그들의 관계도 거기서 끝나버린다.

이 소설은 일련의 이야기 전개 과정보다 등장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묘사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남자와 안나의 사랑을 통해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욕망과 금지된 것을 소망하는 마음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화제의 영화 <데미지>의 원작소설이다.

◇데미지/ 조세핀 하트 지음, 공경희 옮김/ 1만원/ 264쪽/ 그 책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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