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11 시계 키워드는 클래식&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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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오래 써도 가치있게” 경제불안 반영··· 다이얼 크기 줄이고 디자인 단순하게

(왼쪽부터)브라이틀링 ‘벤틀리 바네토 레이싱’ , 태그호이어 ‘까레라 마이크로그래프’ , 에르메스 ‘아쏘 그랜드 루나 블랙다이얼’ , 해리 윈스턴 ‘이스투아 드 투르비용2’, 위블로 ‘빅뱅 블랙캐비어’
2011년 바젤월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클래식과 모던함의 공존이다. 바젤월드에 출품된 시계도 기존의 아카이브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은 클래식한 디자인을 계승하는 ‘레트로 워치’가 대다수를 이루는 가운데, 내부 기능이나 소재 면에서 진보를 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레트로 워치가 바젤월드의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전 세계적인 경제 불안을 꼽기도 한다. 중동사태와 동일본 대지진 등 세계경제의 불안 요인들이 럭셔리 워치의 선택에 있어서도 오래두고 써도 가치가 바라지 않고 유행을 덜 타는 레트로 스타일에 대한 선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레트로 스타일 대세

2011 바젤월드에서는 시계 브랜드의 황금기로 불렸던 1920, 30년대나 1950, 60년대에 유행했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들이 다수 출품됐다. 브라이틀링은 내비게이션과 타이머의 기능을 결합시킨 기계식시계 ‘내비타이머’에 자사가 개발한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칼리버 01’을 탑재시킨 ‘내비타이머 01’을 선보이며 클래식 디자인으로의 회귀라는 트렌드를 주도했다. 내비타이머는 기존보다 넓어진 43mm 케이스를 장착한 것 외에는 외관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다미아니 ‘피콕 컬렉션’
다미아니 ‘피콕 컬렉션’
태그호이어 역시 브랜드의 상징 컬렉션인 ‘까레라’를 계승한 ‘까레라 헤리티지 컬렉션’을 선보이며 레트로 무드의 부활을 알렸다. 까레라 헤리티지는 1945년 당시의 호이어 워치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아라비안 숫자 인덱스에 더해, 시계의 다이얼과 케이스를 정교히 새긴 다음 에나멜 층으로 코팅하는 플란케 기법을 적용해 섬세함과 고전미를 선사한다. ‘칼리버 6 무브먼트’를 탑재한 39mm 사이즈 버전과 ‘칼리버 16 무브먼트’를 탑재한 41mm 사이즈 버전을 선보였다.

○ 아시아 시장을 잡아라

2011 바젤월드에서는 럭셔리 시계의 거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겨냥한 제품이 대거 출시됐다. 아시아인의 체형에 맞게 다이얼 직경은 줄이고 디자인의 과도함을 덜어내 단순함의 미학을 추구한 제품들이 눈에 띈다.

에르메스는 기존의 아쏘 라인을 분화시킨 43mm 사이즈의 ‘아쏘 그랜드 루나’를 선보였다. 안장에서 영감을 얻은 ‘V’자 모양의 무늬가 계속 연결되는 ‘헤링본 모티프’가 새겨진 다이얼이 눈길을 끈다. 에르메스는 원래 실크 옷감에 주로 사용하던 패턴을 시계 다이얼에 넣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고전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인덱스 디자인은 기존의 것을 유지하면서 백금 도금으로 시간을 읽는 순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데 주력했다.

해리 윈스턴은 ‘미드나잇 컬렉션’으로 아시아 시장에 손짓을 했다. 미드나잇 컬렉션은 케이스에 화이트 골드와 로즈 골드 소재를 사용했고, 매우 슬림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슬림하고 심플한 제품을 선호하는 아시아 시장의 취향을 일정부분 반영한 디자인이다. 해리 윈스턴의의 상징인 아치는 매끄러운 윤곽 안에 절묘하게 조화돼 세련미를 뽐냈다.

○ 하이테크 소재의 진보

2011 바젤월드는 탄소섬유, 티타늄, 세라믹 등 첨단 기술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럭셔리 시계들이 다수 선보였다. 위블로는 탄소섬유(카본 파이버)를 시계 전체에 사용한 ‘올 블랙 카본’을 내놓았다. 다이얼의 핸즈와 인덱스, 케이스와 베젤에 모두 탄소섬유가 들어갔다. 세라믹보다 내구성이 강한 탄소섬유를 사용해 내구성이 크게 높아졌고, 탄소섬유 특유의 격자무늬와 무광 처리 된 블랙 색상은 위블로 제품만의 독창성을 과시하고 있다.

시계에만 정신이 팔리다 보면 화려한 보석류를 놓치기 십상이다. 다미아니의 ‘피콕 컬렉션’은, 이름 그대로 공작새가 깃털을 활짝 펼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다이아몬드의 백색과 사파이어의 파란색, 에메랄드의 녹색이 조화를 이룬 이 컬렉션은 깃털을 펼친 공작의 고상함을 표현하기 위해 최상급 에메랄드 3500여 개와 18.55캐럿 크기의 사파이어를 선별해 사용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스토리 있어 더 흥미로운 시계의 세계▼
2차대전 비행사에 헌정··· 매 순간을 시계 위에··· 브랜드 탄생 150주년 자축···

(왼쪽부터) 밸 앤 로스 ‘빈티지 오리지날 카본’, 칼 F 부케러 ‘파트라비 에보테크 캘린더’, 쇼파드 ‘L.U.C 콰트로’

2011 바젤월드에는 시계 그 자체의 아름다움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품고 있는 시계가 다수 출품돼 바이어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벨 앤 로스의 ‘빈티지 컬렉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목숨을 건 임무를 수행하며 손목시계를 사용했던 비행사들에게 헌정하려 만든 모델이다. 이런 사연을 가진 빈티지 컬렉션의 2011년도 추가 신모델 ‘빈티지 오리지널 카본’은 비행기 계기판을 만들 때 적용하는 원칙을 시계에 적용했다. 화이트 컬러 인덱스와 블랙 컬러 다이얼의 대조로 밤낮에 관계없이 시간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고 무광택 소재로 마감해 빛이 반사되는 상황에서도 눈에 다이얼이 잘 들어온다. 실제로도 조종사, 다이버, 우주인들이 착용한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칼 F 부케러가 선보인 ‘파트라비 에보테크 캘린더’는 매일매일, 매순간에 의미를 두려는 이들의 손목에 어울릴 시계다. 칼 F부케러의 자체 무브먼트인 ‘CFB A1004’ 모듈이 장착돼, “요일이나 날짜 외에도 주까지 표시해 준다. 일년 52주 중에 지금이 몇 번째 주인지 표시해 줄 뿐만 아니라 따로 리셋할 필요가 없이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53주째까지 계산해 표시해 준다. 많은 시계 애호가가 선호하는 라운드 케이스 디자인에 스테인리스스틸 또는 18K 로즈 골드 재질로 만들었다.

쇼파드는 세계 최초로 4개의 배럴을 장착한 ‘L.U.C 콰트로’ 라인을 선보였다. 브랜드 탄생 150주년을 맞은 쇼파드가 기존의 L.U.C 컬렉션의 신규 라인으로 출시한 L.U.C 콰트로 라인은 무려 9일 간의 파워리저브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L.U.C 콰트로 라인 중 레귤레이터모델은 ‘몽트레 패션’, ‘우렌웰트’ 등 해외 시계전문잡지 추천 시계 전문가들이 선정한 시계상(2004년)을 수상하기도 했다. L.U.C 콰트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미적인 변화는 새로운 바늘을 중심으로 한 다이얼 파트다. 기존 컬렉션에 적용된 ‘도핀(두 개의 면으로 된 삼각형의 핸즈)’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정교하게 다듬었고, 활자체는 1960년대 스타일의 전통 로마숫자로 변경됐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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