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가에서 함진아비가 함을 등에 지고 오징어가면을 쓴 채 친구들과 신부 집 쪽으로 들어서자 신부 측 가족으로 보이는 신사가 팔을 붙잡아 길을 재촉하고 있다. 혼사가 있는 집에 함이 드는 날은 구경판이 펼쳐졌다. 함진아비가 신부 측과 수고비 실랑이를 벌이면 길 위에 술상이 차려지기도 했다.
1987년 4월 15일자 동아일보는 ‘결혼풍조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애교를 넘어선 함값 흥정의 실태를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82년에는 함을 잡히고 외상술을 마신 우모 씨 등 7명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되기도 했다.
동네가 아파트 숲으로 채워지고, 혼인문화가 바뀌면서 이런 풍경은 쉬 볼 수 없게 됐다. 한때의 사회 문제가 이제는 추억거리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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