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갈매기’에는 한국 현대 연극사에 큰 영향을 미친
지촌 이진순과 인연을 맺었던 배우가 대거 출연한다. 윤여성 송승환 김금지 씨(왼쪽부
터)는 지촌이 연출한 연극에 출연한 바 있다. 명동예술극장 제공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는 국내 연극계 인기 레퍼토리중 하나. 14일부터 김석만 연출로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갈매기는 이 작품의 국내 초연을 연출한 지촌 이진순(1916∼84)을 기리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지촌은 1950∼70년대 연출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한국 연극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번 작품에는 지촌의 생존 당시 공연을 통해 직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연극인뿐만 아니라 그를 잘 모르는 젊은 배우들까지 참여한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조직돼 ‘지촌이진순선집’을 펴내기도 했던 지촌기념사업회와 세계고전연극탐험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이 사업회와 체호프의 작품을 올리고 싶었던 명동예술극장의 요구가 맞아떨어져 무대에 오르게 됐다.
명동예술극장은 지촌이 1966년 당시 갈매기를 국내 초연한 곳이다. 이진순선집 편찬자로 이번 공연의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김의경 씨는 “이 공연을 시작으로 체호프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됐다”고 말했다.
갈매기는 지촌이 모두 네 차례 올릴 만큼 애착을 가졌던 작품. 그가 연출한 200여 편의 공연 중 마지막 작품도 1983년에 공연된 갈매기였다. 극은 젊은 작가 지망생 뜨레쁠레프, 그의 어머니이자 유명 배우인 아르까지나, 아르까지나의 애인이자 극작가인 뜨리고린, 뜨레쁠레프의 연인이자 배우 지망생인 니나 사이 미묘한 애정의 삼각도를 그린다.
이번 무대에는 지촌과 인연을 맺었던 배우가 대거 출연한다. 지촌의 작품에 단골 출연했던 원로배우 김금지 씨는 갈매기 초연 당시 니나를 맡았지만 이번엔 아르까지나로 출연한다. 1983년 뜨레쁠레프 역을 맡았던 송승환 씨는 이번엔 뜨리고린을 연기한다. 송 씨는 아역배우 시절 지촌이 연출한 ‘학마을 사람들’로 연극 무대에 데뷔해 당시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받은 인연이 있다. 국립극단 연기인 양성소에서 지촌에게 연기를 배운 정상철 씨, 지촌이 세운 극단 광장의 단원이었던 윤여성 씨는 각각 아르까지나의 오빠 소린과 의사 도른 역으로 출연한다.
지촌과 직접 연은 없지만 묵직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서주희(아르까지나) 박지일(뜨리고린) 김수현(뜨레쁠레프) 씨가 선배들과 또 다른 느낌의 무대를 선보인다. 여주인공 니나 역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신인배우 한선영 씨(27)가 단독 발탁돼 깜짝 스타 탄생을 예고한다.
연출가 김석만 씨는 갈매기를 세계적인 명작으로 탄생시킨 러시아 연출가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극이론을 1993년 책으로 펴낸 학구파. 그는 “여러 세대의 배우들이 자신들의 나이에 맞는 배역으로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도 이례적이다. 어느 한 명이 도드라지지 않고 등장인물 10명이 똑같이 녹아드는 공연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5월 8일까지. 2만∼5만 원. 1644-200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