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쑥쑥!… 열려라, 책세상!]벌레 잡는 박사님이 벌레를 사랑하자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9일 03시 00분


◇벌레의 비밀
김황용 지음 81쪽·1만1800원·도서출판 리젬

‘벌레 잡는 박사’가 ‘벌레를 사랑하자’며 책을 썼다. 농촌진흥청에서 해충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살충제를 내려놓고 ‘들꽃을 가꾸라’고 말한다. 스위스에선 들꽃을 심어 해충의 천적에게 적당량의 먹이(꽃가루와 꿀)와 은신처를 제공한다. 농경지 미관도 좋아지고 사라져가는 그 지역의 토종 들꽃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마지막 쪽까지 온통 벌레로 가득하다. 84종이 넘는다. 저자는 ‘벌레 스토리’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자연관’을 말하고자 한다. “나와 내가 아닌 것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갈까에 대한 고찰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욕심이 과한 듯싶지만 ‘작은 벌레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머리말 중)부터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파리의 친척뻘 되는 ‘동애등에’ 애벌레는 상하거나 먹다 남은 음식 쓰레기를 깔끔하게 먹어치우고 파리와 달리 사람을 성가시게 하지도 않는다. 실생활에 직접 활용해도 좋다고 한다. 동물의 배설물을 치우는 ‘쇠똥구리’, 죽은 물고기와 낙엽을 먹어치워 냇물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날도래’ 등은 저자가 꼽는 ‘예쁜 벌레’다.

어른들에게 솔깃한 정보도 많다. 과실파리를 제때에 신경 쓰지 못하면 한 해 과수 농사 끝에 얻은 열매 속에 구더기가 우글우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아름다운 무늬에 반해 포도호랑하늘소를 그대로 방치했다간 애벌레가 포도 줄기 속을 파고들기 십상이라는 이야기 등. 이 외에도 딸기밭에 보리를 심는 이유,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벌레 등 유용하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도 만날 수 있다.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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