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랄한 비판이다. 그것도 인문학자의 입에서 나온 말. 인문학 거성들에게 ‘발칙한 도전’을 한 이는 임정택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장(사진)이다. 그가 쓴 ‘상상, 한계를 거부하는 발칙한 도전’(21세기북스)에는 인간 상상력에 대한 새로운 인문학적 접근이 담겨 있다.
“인간은 호모이마기난스(Homo Imaginans), 상상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현실에서 항상 불만족 상태에 처해 있고 관습에 따라 금지된 것들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살아가기 때문이죠.” 문학에서도 규칙을 강조한 아리스토텔레스와 완벽한 이성의 결정체 이데아를 중시한 플라톤도 따라서 그에게는 비판의 대상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상상력을 한마디로 묻자 “우리 삶의 에너지이다. 상상력이 있어야 더 높은 세계로 나아가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 우리 시대의 상상력은 지식을 네트워크 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융합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도구”라고 답했다.
이는 책의 집필 동기이기도 하다. ‘상상, 한계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을 ‘융합의 시대’로 정의한다.
“이 시대는 상상력이라는 축과 테크놀로지라는 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오늘날 융합이라고 하는 세계정신은 이 두 축의 수렴에서 나옵니다.”
상상력의 축은 인간, 감성, 자연, 예술 등으로 이뤄졌고 테크놀로지의 축은 기계, 이성, 문명, 과학 등으로 구성된다. 즉, 상상력은 이성과 감성을, 인간과 기계를 융합하는 원동력이라는 주장이다.
그의 ‘상상력 예찬’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상상합니다. 몸, 지도, 얼굴, 음식,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되고 있는 모든 상상력의 대역사를 읽어내고자 합니다. 인문학이 상상의 매력에 빠진 셈이죠.”
실제로 몸과 상상력에 관한 책은 이미 나와 있다. 후속 편으로 지도, 영화에서의 상상력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다. ‘상상, 한계를…’은 이 시리즈의 총론 격이다. 상상력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정리하고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상상력의 사례들을 담았다.
저자가 요즘 상상하고 꿈꾸는 것을 묻자 역시 독특한 답변이 돌아왔다.
“향기와 상상력에 대해 늘 생각해왔습니다. 영화 ‘향수’에서처럼 향기란 것은 인간 상상력의 발현입니다. 때로는 향기로 인간의 정신을 치유하기도 합니다. 도시마다 고유의 향기가 있듯이 향기로 인류의 문화사를 풀어보고 싶습니다.”
책인데 어떻게 향기를 표현할지 궁금해하자 “책으로 향기를 낼 순 없지만 언어로서 향을 내고 싶다”고 답했다. 향기 외에도 소리, 영화, 성(Sexuality)에도 그는 관심이 많았다.
“상상력은 자기 영역을 박차고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도전 정신이죠. 상상에 빠진 인문학 작업이 상상력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독자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고유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개발하고 펼칠 수 있게 하기를 바랍니다. ‘상상한다, 고로 존재한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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