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딱 두 달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그곳에서 우리 음악에
호기심을 보이고 인정해 줄 때의 기분이란….” 귀국한 지 이틀 만에 다시 모인 서울소닉 멤버들은 “뭔가를 보여준 것보다 우리가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에서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몽환적이고 발목부터 물에 잠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 비둘기우유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록시 시어터 공연. 서울소닉 제공“한국에는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만 있는 줄 알고, 좀 과장하면 밴드와 록은 없는 줄 알더라고요. 그간 우리 록 음악계가 해외에서 알아주고 불러주기만을 기다렸던 건 아닌지…. 한국 록 음악을 알리는 건 이제 시작이죠.”
갤럭시 익스프레스, 비둘기우유, 이디오테이프 등 3개 인디 밴드가 결합한 프로젝트팀 ‘서울소닉’ 멤버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8일부터 미국과 캐나다 북미 투어를 마치고 5일 귀국했다.
이들은 캐나다 토론토의 ‘캐나디안 뮤직 위크(CMW)’ 페스티벌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 참여한 뒤 뉴욕과 샌디에이고, 로스앤젤레스에서 총 9차례 공연했다. SXSW는 100여 개 장소에서 2000여 밴드가 무대를 벌이는 세계적 페스티벌이다.
7일 오후 서울 홍익대 앞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울소닉 멤버 13명은 아직도 록의 본고장 무대에 선 감동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이들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다양한 음악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또 다른 록의 세계를 체험했다”고 말했다.
“우리 음악을 들으면서 춤을 추더라고요. 보통은 차분하게 듣는 편인데…. 어떤 음악이든 100% 즐길 마음가짐이 돼 있는 관객들이었어요.”(비둘기우유 옥지훈)
흐느적거리듯 몽환적인 비둘기우유의 음악에도 한국에서와 달리 자연스럽게 춤을 추는 관객들이 인상 깊었다고 멤버들은 말했다.
한 달 동안 함께 다니며 무대에 선 세 팀은 인터뷰 내내 웃으며 즐거운 회상에 빠졌다. “CMW에선 별로 세게 친 것 같지도 않은데 드럼이 찢어졌어요. 테이핑을 해도 다시 찢어지더라고요. SXSW에선 공연장 전기가 세 번이나 나갔어요.”(이디오테이프 디알)
사고가 겹쳐 연주를 마무리하지 못한 드러머의 마음은 찢어졌지만 이들의 에너지 넘치는 무대는 캐나다 지역신문 ‘더스타’에 ‘CMW 가장 멋진 공연 9선’으로 실렸다. 이 리뷰를 본 사람들이 SXSW 쇼케이스에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정전으로 공연이 중단된 다음에도 관객들이 나가질 않더라고요.” “2000여 개 팀이 몰리는 SXSW에는 팀당 보통 수십 명의 관객이 몰린다는데 우리 공연장엔 280여 명이 들어왔어요.” “한 캐나다 밴드는 자기 공연 중 ‘갤럭시 익스프레스’ 수건을 펼치며 ‘정말 멋진 팀’이라고 소개해 줬어요.”
투어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한 달간 이어진 투어는 멤버들의 생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박종현(갤럭시 익스프레스)은 “처음엔 ‘이 무대에서 뭔가를 보여줘야지’ 하던 독기가 나중엔 ‘즐기자’란 마음으로 바뀌었다”면서 “단번에 뭔가를 이루려는 욕심보다 큰 무대를 즐기고 배우려는 여유로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태프로 참여한 기명신 씨는 “내년에도 가야죠. 그게 두 번이 되고, 열 번이 되면 뮤지션이나 기획자나 점점 단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소닉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에 투자한 음악기획사 DFSB 공윤영 이사는 “지난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해외 음악 페스티벌 관계자들을 초청했더니 반응이 좋아 해외에서 음악을 직접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록의 본고장에서도 우리 음악을 듣고 ‘독특하다’ ‘매력 있다’는 평을 받았어요. 앞으로 더 솔직한 음악을 하려고 합니다.”(갤럭시 익스프레스 이주현)
세 팀은 29일 오후 8시 홍익대 인근 클럽 ‘타’에서 합동공연을 하며 첫 번째 서울소닉의 마침표를 찍는다. “해외에서 만난 팀들과 헤어질 때 인사는 늘 같았어요. ‘시 유 넥스트 이어(See you next yea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