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24>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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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4일 03시 00분


피 맑게 해주는 효능 지녀
임산부에겐 ‘산후의 보약’

한국인은 미역을 좋아한다. 평소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미역을 먹지만 생일이면 꼭 미역국을 끓여 먹는다. 또 산모가 아이를 낳으면 반드시 미역국을 먹어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미역을 즐겨 먹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먼 옛날부터 미역이 몸에 좋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식품으로서의 미역에 대한 신뢰는 영조 때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星湖僿說)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익은 미역에 대해 임산부에게는 신선의 약만큼 좋은 음식이라면서 동방의 풍속에서는 아주 중요한 식품이라고 했다. 또 중국 의학서에는 보이지 않고 우리 의학책에만 보인다면서 우리 고유 식품임을 분명히 밝혔다.

옛사람들이 미역을 좋다고 한 까닭은 미역이 피를 맑게 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산모가 미역국을 먹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관련된 전설도 많았는데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그 내용이 보인다.

“전해지기를 옛날 어부가 물가에서 헤엄을 치다 새끼를 갓 낳은 고래가 물을 삼킬 때 함께 빨려 들어갔다. 고래 배 속으로 들어가 보니 배에 미역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갓 출산한 고래의 오장육부에 나쁜 피가 가득 몰려 있었지만 미역 때문에 모두 정화가 되어서 물로 바뀌어 배출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역이 산후의 보약임을 알게 되었고 이후 아이를 낳고 미역을 먹는 것이 우리의 풍속이 되었다고 한다.”

이규경보다 조금 앞선 정조 때의 학자 성대중도 청성잡기(靑城雜記)라는 문집에 비슷한 전설을 기록해 놓았는데 어미고래가 새끼를 낳을 때가 되면 반드시 미역이 많은 바다를 찾아서 실컷 배를 채운다고 했다. 그러면서 산모가 미역의 도움을 받는 것 역시 고래에게서 얻은 교훈이라고 했으니 옛날에는 이런 전설이 널리 퍼져 있었던 모양이다.

전설을 떠나서 명나라 때 의학서인 이시진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미역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여기에는 미역은 고려에서 나는 것으로 짠맛을 빼고 국을 끓이면 기(氣)가 잘 내린다고 설명해 놓았다. 이규경도 미역국을 먹는 것은 혈기를 보충해 원기를 되찾기 위한 것이니 미역이 피를 맑게 해 기가 잘 통하도록 도움을 주는 음식이라고 했다.

이처럼 미역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우리 고유의 식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역을 몸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여기게 된 이유는 아마 한반도에서 나오는 미역의 품질이 최고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먼 옛날부터 미역을 즐겨 먹었던 것인데 송나라 사신으로 1123년에 고려를 다녀간 서긍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고려 사람들이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모두 미역을 잘 먹는다고 기록해 놓았으니 미역이 일상적으로 먹는 식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약용도 당서(唐書)를 인용해서 미역은 함흥 앞바다에서 많이 생산되는데 맛이 뛰어나다고 적어 놓았고 청나라 때 지리서인 성경통지(盛京通志)에도 발해의 미역이 유명해서 당나라에 무역을 했다고 나오니 옛날부터 우리 미역이 좋다고 중국에까지 소문이 났던 모양이다.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요즘 때 아닌 미역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미역의 방사능 오염 예방 효과 유무를 떠나서 한국인의 미역 사랑은 뿌리가 깊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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