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진행형인 중동의 민주화 혁명은 지난해 12월 17일 튀니지의 중부 소도시 시디부지드에서 직장이 없어 과일 노점상을 하던 대졸 청년의 분신에서 시작됐다. 26세 무함마드 부아지지. 생계용 좌판을 빼앗긴 그의 죽음의 항거는 가난, 독재, 인권, 석유라는 단어들이 뒤범벅된 아프리카와 중동의 독재국가들에 민주주의 봉기의 소용돌이를 불렀다.
자유를 찾아 조국을 버리고 프랑스로 망명한 대표적 이슬람계 문학자에게 재스민 혁명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튀니지 출신 문학자 압델와하브 메데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프랑스 지식인 사회가 이 세계사적인 사건에 대한 메데브의 고찰을 기다려온 것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그의 책 ‘튀니지의 봄, 역사의 변신(Printemps de Tunis, la m´etamorphose de l'histoire)’은 6일 서점에 발매되기 한참 전부터 주목받아 왔다.
이 책에서 메데브는 튀니지 민중봉기를 설명하려면 ‘혁명적 순간과 그 예측 불가성’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혁명의 순간은 갑자기 온다. 어느 누구도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왜 갑자기 국민은 압제를 끝내야겠다고 결심했을까?” 튀니지의 봄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부아지지의 분신이 오랫동안 조금씩 축적돼온 국민의 재생력에 불을 붙인 결과이고, 이는 결국 1월 14일 독재자 벤 알리 대통령의 망명이라는 역사적 변화로 이어지게 됐다고 그는 분석한다. 또 지금 아랍의 젊은 세대는 풍부한 이슬람 문화의 유산과 뿌리가 다른 다양한 문화에 눈을 크게 뜨고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향한 열정과 욕구를 분출시키는 참된 힘이라고 평가한다.
메데브는 이어 젊음의 용기와 희생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역설한다. 동유럽 민주화의 분수령이 된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의 봄’도 얀 팔라흐라는 젊은 대학생의 희생이 불러온 역사적 변화였다. 팔라흐는 소련군의 침공에 항거하며 21세의 나이에 분신자살한 프라하대 학생이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튀니지 젊은이들이야말로 혁명의 진정한 주체였으며, 그 어떤 존경과 찬사를 받아도 절대 부족하지 않다고 칭송한다.
그러나 메데브는 비로소 민주주의의 길이 열린 조국에 대한 우려와 근심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체코의 경우 민주주의로 가는 여정을 이끌 바츨라프 하벨이라는 지도자가 있었지만 튀니지는 그런 인물이 없다는 점이 그의 가장 큰 걱정이다.
이슬람과 세속주의(secularism)의 화해 지점을 끊임없이 모색해온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 집단에 맞서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독재자가 떠났지만 테러의 위협이 그 자리를 메우진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울러 튀니지의 봄은 사고의 자유를 얻기 위해 두려움과 싸웠던 ‘청년의 봄’이며 동시에 이 젊음의 희생 덕분에 자신의 조국과 화해할 수 있게 된 ‘한 시인의 봄’이라고 기쁨을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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