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신체로 하는 실험이다. 무용수 혹은 안무가는 자신의 훈련된 몸으로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 밀어붙이고, 그 실험 결과를 관객 앞에서 보인다. 16,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인도의 무용가 파드미니 체투 씨의 ‘아름다운 것 2’는 그런 실험 과정을 관객과 공유하는 자리였다.
홀로 무대에 등장한 체투 씨는 몸에 일정한 제한을 둔 채 움직였다. 아킬레스건을 팽팽히 당겨 발목을 꺾었다. 손은 꼿꼿이 펴거나 주먹을 쥔 채 허공을 갈랐다. 그러면서도 공기를 비껴나가듯 아주 느리고 유연하게 움직였다.
발을 끌며 걷거나 사지로 바닥을 짚으며 나아가는 동작, 바닥을 뒹굴거나 팔을 젓는 동작이 반복됐다. 시간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느리고 작았던 동작은 조금씩 빨라지고 커졌다. 공통점은 동작마다 신체의 각 부분이 기하학적 형상을 그린다는 것이다. 반주음악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 약 60분 동안 동작 9개와 옷을 갈아입는 행위가 네 번 등장했다. 옷을 갈아입는 것은 각 동작을 적절히 분절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체투 씨는 인도 전통무용가 출신의 안무가로 전통무용을 해체하고 추상화하는 안무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날 보여준 그의 동작에서 인도 전통무용을 연상시키는 동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신체에 제한을 둔 채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방식 그 자체에서 전통무용의 흔적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것’을 자신의 몸을 실험도구로 삼아 모색해나가는 과정에 관객을 참여시켰다. 관객이 이 작품을 보고 감탄했다면, 한 무용수가 신체의 관절과 근육 하나하나를 완벽하고 세심하게 파악하고 이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에 도달하는 징검다리로서의 작품에 가까웠기에 명쾌한 답을 주는 공연이 아니라는 아쉬움은 남았다. 하지만 실험을 거듭하며 한계를 넘나드는 무용가의 몸 하나만은 관객이 기대했던 ‘아름다운 것’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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